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냉각된 한일관계에 개선 조짐이 보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양국 간 결속은 대북 억제와 중국 견제를 위해 중요하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을 고려하면 양국 공동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국장은 한일 간 협력 관계가 미국에 중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 “A cooperative relationship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is important to the United States, and a top priority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Strong solidarity among our closest allies in Asia is critical for upholding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in the face of efforts by China and Russia to undermine it, and for deterring North Korean threats. Divisions among our closest friends play into the hands of Moscow and Beijing, who want to minimize the U.S. role in the region and dilute regional initiatives like the Indo Pacific Economic Framework. A close trilateral relationship has never been more important.”
존스턴 전 국장은 29일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묻는 VOA의 서면 질의에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동맹국들 간의 강력한 연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약화 시도에 맞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수호하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들 사이의 분열은 역내 미국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약화시키려는 러시아와 중국 손에 놀아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긴밀한 3국간 협력이 지금보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미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데 미한일 3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한일 3자 정상회담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네 나라 정상간 만남 외에 약 4분 간 단독 회동도 가졌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나와 참모들은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다 긴밀한 한일 관계, 미한일 관계가 한국 안보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나라가 함께 노력하고 전략을 짜며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정보와 첩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President Yoon's government realizes the importance to the ROK's security of closer ROK-Japan and ROK-Japan-U.S. relations. It’s imperative that they work together, strategize together, conduct military exercise together and share information and intelligenc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속에 대북 억제 강화를 위해서는 미한일 3국의 협력은 기본이며 한일 양국 간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과 관련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일본 없이 한국을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US cannot defend South Korea without Japan. Not only the access to the seven UN Command rear bases, but we are going to need access to other bases just for the large number of allied forces. If the relations are bad between Seoul and Tokyo, then Tokyo may not allow US to use those bases. If they're under threat of North Korean nuclear attack, a Japanese leader may say why should I risk the lives of my citizen for a country that we don't have good relations with.”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유엔군 후방기지 7곳뿐 아니라 대규모 연합군 병력이 다른 기지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나쁘면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아도 일본으로서는 “왜 우리가 관계가 좋지도 않은 나라를 위해 우리 국민의 목숨을 걸어야 하냐?”며 미국의 관련 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에 있는 유엔사 예하 부대인 ‘유엔사 후방기지’ 지휘부는 일본 요코타에 있다며, 일본에 주둔해 있는 미군 병력의 지원을 받고 있어 일본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임스 줌왈트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일본과 한국의 협력은 공동의 이익 증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두 가지 핵심 사안을 꼽았습니다.
[녹취: 줌왈트 전 부차관보] “First of all, obviously, they have to focus on common area like dealing with North Korea. And also, neither Korea nor Japan wish to be dominated by another country. So by banding together they can may be enhance their freedom and their ability to exist peacefully.”
한국과 일본은 분명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 공통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한국과 일본 모두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두 나라가 협력함으로써 자유롭게 평화롭게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줌왈트 전 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는 다만 역사문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한일 청소년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지난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 기시다 총리와 15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고, 4월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에 정책협의단을 파견해 악화한 양국 간 관계 복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 역시 지난 3월 당시 윤석열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윤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한일 관계가 긴밀해지면 안보와 경제, 더 나아가 공중보건 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과 파트너십의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 “Closer ROK-Japan relations mean greater options for collaboration and partnerships to handle the wide-ranging challenges on the security, economic, and even public health fronts”
또한 북한과 중국이라는 도전은 단일 국가가 관리할 수 없는 것으로 공동의 압박이 필요하다며, 한일 간 협력은 안보망을 넓히고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