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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정전협정 69주년 특집] ‘태극기 해병 찾기 캠페인’ 주인공 미군 참전용사 란츠 씨…“북한 주민들, 자유 바라보길”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 제임스 란츠. 사진= 한국 보훈처 유튜브.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 제임스 란츠. 사진= 한국 보훈처 유튜브.

오는 27일 북한 공산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된 지 69주년을 맞는 가운데 미군 참전용사가 당시 자신에게 태극기를 선물한 한국 해병 전우를 찾고 있습니다. 태극기는 한국인의 영혼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전우를 찾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는데, 한국 정부가 그의 사연을 듣고 최근 ‘태극기 해병 찾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인 란츠 씨는 2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한의 판이한 현실이 슬프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올해 아흔 살의 제임스 란츠 씨는 몇 년 전 70년 가까이 간직했던 태극기를 보면서 이제 한국인들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What am I going to do with this? Because it only means something to me and nothing else to my family because they didn't experience what happened. So I said, send it back to the Korean people because it is their flag and what it stands for,”

이 오래된 태극기가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가족은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어 이를 선물한 한국 해병 전우를 찾아 돌려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란츠 씨는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18살의 어린 나이에 해병대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I didn't even know where Korea was. I grew up in Southern California and I lived in the Los Angeles area most of my life,”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미국 남가주 출신의 이 어린 청년은 1950년 10월 원산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김일성이 스탈린의 지지 속에 6월 25일 새벽 기습 남침하며 시작된 한국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한국이 유엔군의 참전으로 반격에 성공하면서 당시 인천과 원산 상륙작전을 통해 북진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중공의 참전으로 미 해병대 등 유엔군은 수적으로 8배가 넘는 중공군과 강추위에 맞서 싸워야 했고, 해병대 신참 포병이었던 란츠 씨는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녹취: 란츠 씨] “It was brutal and you had nothing to eat. Everything was frozen. The water was frozen and it's just a matter of survival. I was only 18 years old at the time. So it was a total new experience. I had no idea really what was going on and it was a wild affair

12월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안팎으로 따뜻한 남가주에서 자란 18살의 어린 병사에게 영하 20~30도의 살을 에는 강추위는 너무 잔혹했습니다.

란츠 씨는 먹을 것은 떨어지고 물 등 모든 것이 얼어붙어 생존만을 위해 버텨야 했지만 다행히 흥남으로의 퇴각에 성공했고, 미군은 사지에 몰린 10만 명의 피란민들까지 구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Fortunately we were able to get out and bring 100,000 North Korean refugees with us.”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 미군 실종자는 7천 500여 명에 달하며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채 아직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군은 1천여 명에 달합니다.

란츠 씨와 부대원들은 당시 마산에서 전열을 재정비한 뒤 1951년 봄 대구에서 진격을 다시 준비하던 중 한국 해병대원들을 만났습니다.

란츠 씨는 그 가운데 또래가 비슷한 해병대원에게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하며 흥미로운 대화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I asked him why the Japanese were not here helping with a Korean War. Then he explained to me why the Japanese were not really invited back into Korea.”

많은 나라가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는데 왜 이웃 나라인 일본은 한국을 도와주지 않는지 물었고, 한국 해병대원은 한국 역사에 생소한 자신에게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역사를 얘기하며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했다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의 두 어린 해병대원은 금세 친해졌고 그는 란츠 씨에게 기념으로 태극기를 선물했습니다.

한반도에서 13개월을 보낸 뒤 1951년 11월 한국을 떠난 란츠 씨는 이 태극기를 70여 년 동안 소중히 간직했습니다.

란츠 씨는 군에서 전역한 뒤 홍콩에 있는 영국계 스와이어 그룹에 들어간 뒤 한국의 새한미디어, 선경그룹 등을 상대하며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생생하게 지켜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It's amazing how the country quickly recovered and has done so well,”

폐허였던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회복해 잘 해낼 수 있는지 한국의 발전 과정이 그저 놀라웠다는 겁니다.

란츠 씨는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한국전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감사와 예우로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으면서 태극기를 한국 해병 전우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사연을 들은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총영사관과 한국 국가보훈처는 ‘2022 참전용사 전우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란츠 씨에 관한 동영상을 공개하며 ‘태극기 해병 찾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동영상] “That was 71 years ago and if he was 20 years old it'd be 91 years. Hopefully he's still alive…”

란츠 씨는 동영상에서 71년 전이라 태극기를 선물한 한국 해병 전우를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당시 스무 살이었다면 지금 91세일 것이라며 그가 살아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란츠 씨의 전우 찾기 캠페인에 직접 나섰습니다.

[녹취: 박민식 처장] “국가보훈처는 전쟁터에서 태극기가 맺어준 이 아름다운 사연을 널리 알려 이 해병을 찾는 데 적극 협조하고자 합니다. 1951년 봄, 대구에서 짐 란츠 씨에게 태극기를 준 해병에 대해 작은 단서라도 알고 계신 분은 국가 보훈처로 꼭 연락주시기를 바랍니다.”

란츠 씨는 22일 VOA에, 아직 한국 해병 전우를 찾았다는 소식이 없다면서, 그러나 “역사는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판이한 남북 현실을 볼 때 북한 주민들을 생각할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It's sad. When you look back at the people of South Korea what they're able to do, and their freedom, and so forth. And you look what's happening in North Korea, the people! I mean, he(Kim Jong-un) has no empathy for the people itself and the suffering that they're going through. It's only about him.”

한국인들은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들의 자유 등 여러 가지를 누리고 보여주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그렇지 않으며, 지도자 김정은은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지 않은 채 자신만을 챙기고 있다는 겁니다.

란츠 씨는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란츠 씨]” Look towards freedom. What's happening right now to the people in North Korea, I don't think it will last….So hopefully, Kim Jong-un sometime be dethroned from his kingdom”

지금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어느 시점에 주민들은 소수만이 권력과 나은 삶을 누리는 독재주의보다 민주주의를 지향할 것이란 겁니다.

란츠 씨는 또 독재자 “김정은이 그의 왕국에서 쫓겨나길 바란다”며 북한 주민들도 한국인들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를 하루빨리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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