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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구글에 컴퓨터 용어 집중 검색...IT 인력 위장취업 연관성 주목


북한 주민들이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현지 일반인들은 외부와 단절된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료사진)
북한 주민들이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현지 일반인들은 외부와 단절된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료사진)

지난 몇 년간 북한 내에서 최신 컴퓨터 프로그램 용어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IT(정보기술) 인력의 해외 위장 취업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연관성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의 검색어 분석 서비스 ‘구글 트렌드’를 통해 북한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관심사가 드러납니다.

구글 트렌드는 세계 각국에서 빈번하게 검색된 단어를 그래프, 수치 등으로 보여주는데 최근 몇 년간 평양 일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용어가 빈번하게 검색됐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인 ‘C++’와 ‘PHP’, ‘데이터(Data)’ 그리고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웹사이트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와 컴퓨터 인터넷 코딩 관련 웹호스팅 서비스 ‘깃허브(GitHub)’ 등이 북한 내에서 자주 검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용어는 구글이 북한 내 검색어 집계를 시작한 2011년부터 포착되기 시작해 2016년과 2018년 사이에 빈도수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검색 비중이 다른 컴퓨터 관련 용어보다 월등히 높았으며, 2016년부터는 ‘C++’와 ‘PHP’, ‘스택 오버플로우’, ‘깃허브’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관련 검색어가 등장했습니다.

이후 이들 단어는 2019년부터 검색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이듬해인 2020년엔 ‘안드로이드’와 ‘PHP’ 등 일부 단어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 트렌드는 2021년 5~6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북한에서 자주 검색된 단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시점부터 북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구글 검색 횟수가 줄어서인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인터넷 가상사설망(VPN) 사용을 통해 기록을 숨기고 있기 때문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구글 트렌드는 일반적으로 특정 기간에 이뤄진 여러 검색어를 서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각 검색어의 검색 빈도수를 수치로 계산합니다.

이를테면 조사 기간 중 검색이 가장 많이 이뤄진 단어와 그 시점에 100점을 부여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검색어의 검색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VOA는 북한 내 인기 검색어로 추정되는 ‘코리아(Korea)’를 기준점으로 사용했는데, ‘코리아’는 2016년 2월 100점을 받아 전체 가장 높은 검색 횟수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기간엔 20~30점대에 머물며 ‘안드로이드(최고 87점)’나 ‘스택 오버플로우(최고 82점)’, ‘깃허브(최고 55점)’보다 검색율이 낮았습니다.

또 ‘코리아’ 대신 다른 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월드컵’이나 북한 내에서 검색 빈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김일성’ 등을 기준점으로 삼아도 여전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단어의 검색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월드컵’에 대한 검색 비중이 ‘스택 오버플로우’나 ‘깃허브’ 등을 상회합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이 철저히 차단된 만큼 구글 트렌드에 나타난 검색 빈도수만으론 정확한 북한 내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검색 비율을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용어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다른 용어에 비해 높았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북한 IT (정보기술) 인력의 위장 취업 문제와 맞물리며 연관성 여부가 주목됩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연방수사국(FBI)은 5월 발표한 합동 주의보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이 실제 국적을 숨기고 해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무를 발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은 지난 14일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업계 대표들과 정부 관리들에게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는 제3국 국민을 사칭한 북한 국민들과 관련한 문제와 위험에 관해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런 고도로 숙련된 북한 IT 노동자들은 북한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종종 교묘하게 자신들의 진짜 국적을 감추며 급여가 가장 높은 부유한 국가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 IT 노동자들의 위장 취업 문제에 연일 경종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지난 몇 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 집중 투자했으며, 또 이런 흔적이 구글 검색 기록으로 남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IT 노동자들이 모바일과 웹 전용 애플리케이션, 암호화폐 구축 작업, 일반적인 IT 지원, 그래픽 애니메이션, 온라인 도박 전용 프로그램, 모바일 게임 등 분야에서 활동하며 개인당 연간 30만 달러, 팀 단위로는 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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