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을 상대로 4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등이 미국 국무부를 통해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평양으로 보낸 우편물이 반송되면서 ‘외교적 경로’를 이용하려는 건데, 유사한 다른 소송 사례로 볼 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등의 소장이 국무부로 향하게 됐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상속인 131명의 변호인은 1일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에 국무부를 통한 소장 송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변호인은 소장이 송달될 주소지를 워싱턴 DC의 국무부로 기재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소장을 국무부로 보내려는 정확한 배경은 불투명하지만, 전례로 볼 때 국무부의 ‘외교적 경로’를 이용해 북한 측에 소장을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은 법원 서기관실의 도움을 받아 소장과 소장의 한글 번역본, 소환장 등을 담은 우편물을 평양으로 발송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국제우편물 서비스 업체 ‘페덱스(FedEx)’를 통해 북한에 부친 이 우편물은 워싱턴 DC를 떠나지 못한 채 일주일 만에 법원으로 반송됐습니다.
따라서 우편을 통한 소장 전달에 실패한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이 ‘외교적 경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북한에 장기 억류 피해를 입었던 미국인 케네스 배 씨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들도 현재 국무부를 통해 소장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혹은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국무부가 소장을 건네 달라는 요구로 보이는데, 국무부는 아직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케네스 배 씨 측은 국무부에 외교적 경로를 통한 소장 전달 여부를 문의했지만, 국무부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계속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김동식 목사의 부인과 딸 등의 변호를 맡은 로버트 톨친 변호사는 지난해 재판부에 보낸 서한에서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절차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승인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또 다른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은 2020년부터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해선 북한 송달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게다가 일반 우체국을 통한 우편물도 최근 반송된 사례가 있어 소장을 포함한 우편물을 북한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