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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방북 위한 대북 저자세 경계해야"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 (자료사진)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 (자료사진)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과의 대화와 방북을 위해 평양의 환심을 사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인권 전문가들이 권고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과거 필요에 따라 방북 초청 등 대화 제의를 한 만큼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화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럽의 한반도와 북한인권 전문가인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는 5일 VOA에 지난 1일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첫 성명을 보면서 기대보다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란 요직의 새 임명자마다 전임자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아 황당하다”는 겁니다.

[렘코 브뢰커 교수] “It is absurd that each new appointee to the crucial position of U.N. special rapporteur for North Korean human rights seems to assume that it is inevitable to start from zero, not learn from the experiences of one's predecessor, and seek a dialogue with Pyongyang.”

브뢰커 교수는 “북한 정권은 인권대화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런 대화를 심각한 위험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눈을 돌리면 보고관이 접근해서 성취할 많은 인권 침해 증거가 있음에도 “북한에 특별한 접근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고 남은 임기에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따르면 특별보고관은 해당국의 인권 상황과 국제인권법에 따른 의무 준수 등을 조사해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지난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엘리자베스 살몬 특별보고관은 앞서 이날 발표한 첫 성명에서 “해당국 정부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와 열린 공간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달 8일 공식 트위터에 올린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공식 임명 게시물. (자료사진=유엔인권이사회)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달 8일 공식 트위터에 올린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공식 임명 게시물. (자료사진=유엔인권이사회)

[엘리자베스 살몬 보고관] “Therefore, it is one of my top priorities to make the utmost effort to build opportunities and open spaces to exchange views with the Government,”

비팃 문타폰, 마루즈끼 다루스만,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등 전임 특별보고관들 역시 초기부터 이런 의지를 갖고 방북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북한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옛 공산국가 루마니아 출신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새 보고관이 초기부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게 상당한 유혹입니다. 현지 조사를 해야 북한의 인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하지만 인정받지도 못하고 현지 조사도 못하고 초기에 북한을 달래기 위한 조치를 고려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게 안 되니까 몇 년 있다고 입장이 바뀌고,...”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자료사진=HRNK)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자료사진=HRNK)

과거 두 차례 방북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런 문제의 원인이 북한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대화할 의향이 있으면 문을 열고, 대화 의향이 없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도 북한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특사] “The problem, as I said, is North Korea. Are they willing to talk? If they're willing to talk, they open the doors and that kind of thing. If they're not willing to talk? Nothing that we can do will cause them to change that? So the real problem is the North Koreans don't want to talk. They don't want to admit that there are human rights issues and talking to someone who has that title.”

킹 전 특사는 “북한은 인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인권 직함이 있는 인사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며 “실질적인 문제는 북한이 (인권) 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료사진)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료사진)

그러면서 이런 배경 때문에 과거 자신의 방북 시도 역시 3번이나 취소됐다가 북한 정부가 인도적 지원에 관심을 보였을 때 성사됐다고 회고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이 강해질 때 역설적으로 유엔 인권 관계자들을 초청하거나 협상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2014년 당시 다루스만 특별보고관, 2015년에 자이드 리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방북 초청을 제의한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타 코헨 전 부차관보] “they invited him to come to visit North Korea. But they put forward unacceptable conditions on the visit. They said that he could visit if the clauses in the General Assembly Resolution on crimes against humanity and the criminal court were removed from the resolution.”

북한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조사위원을 겸하고 있던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을 초청하면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반인도적 범죄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조항 삭제라는 수용 불가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자료사진)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자료사진)

실제로 당시 다루스만 보고관은 이런 북한의 조건부 제의를 거부했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정부가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는 것을 우려해 유엔을 상대로 매우 적극적인 회유와 압박을 펼쳤다고 말했습니다.

리수용 당시 북한 외무상은 이런 시도의 일환으로 2015년 뉴욕에서 자이드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만나 방북을 요청했으며, 유엔 인권기구 대변인은 당시 VOA에 양측이 방북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확인했지만 이후 협상을 결렬됐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2015년 10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자이드 대표뿐 아니라 유럽연합 인권 담당 특별대표의 방북 초청까지 확인하면서 이들이 일방적으로 방북을 취소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 기록·조사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과거 특별보고관들은 대화에 대한 의욕이 넘쳐 북한이 역으로 이를 회유책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며, 단호한 대응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 정부가 아파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지적하면 그때야 대화에 나선다는 게 현실입니다. 북한의 책임추궁에 대해 훨씬 구체적이고 강한 목소리를 내야 본인이 정말 원하는, 북한이 체면을 지키면서도 대화를 하는 기회가 그렇게 열립니다. 만약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를 유화적으로 하거나 수위를 낮추는 저자세로 한다면 아무 일도 못 하고 또 6년을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정부가 필요에 따라 예기치 않은 대화 제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직 살몬 신임 특별보고관의 대화 시도를 부정적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 important point was that she was aware that she had to really represent citizens of country and be aware of them, because that is different from saying I am going to work with the government.”

중요한 것은 살몬 보고관이 첫 성명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임무가 북한 주민을 대표한다는 것을 잘 인지한다는 것이고, 이는 북한 정부와 함께 일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살몬 보고관은 성명 서두에서 “위임 권한 수행에 있어 북한 주민을 위해, 더 일반적으로는 한반도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평화를 도모하는 데 큰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고 말했었습니다.

[살몬 보고관] “I undertake this mandate with a strong sense of responsibility and commitment towards the citizens of the DPRK and in general to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human rights and the advancement of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킹 전 특사도 “살몬 보고관은 인권, 형사법 전문가로 북한과의 소통이 북한 문제에 대한 균형감을 잃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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