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통해 대북 대화, 조건부 협상,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도 외교를 앞세운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7일 VOA와 통화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압이나 마찰은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Finger wagging and chastising North Korea in harsh tones, all it does is get obnoxious North Korean rhetoric. He’s taking the right approach – Keeping things open and putting it on them.”
매닝 연구원은 강한 어조로 힐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북한의 불쾌한 수사만 이끌어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이 북한에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택하게 하는 올바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 대북 제안이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라고 확인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 진전의 상응 조치를 담은 이 구상에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 무기체계의 군축 논의”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대북 대화, 조건부 협상, 단계적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과거 한국의 보수 정권, 그리고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게 득이 될 만한 조건들을 내걸면서 단계적인 비핵화를 병행한다는 대전제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단계적 접근법이 전임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한국과 미국이 계속 취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The approach has always been incremental implementation. There was a perception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that it was John Bolton-Libya model where North Korea had to give everything up before they got any kind of benefit, but that was not what the Trump policy had been.”
지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한이 어떤 혜택이든 받기 전에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존 볼튼-리비아식’ 모델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도 항상 단계적 접근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구상은 진보로 분류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The big difference is that Yoon has said they will be conditional, whereas President Moon tended to focus on offering benefits including the relaxation of sanctions enforcement prior to North Korea doing anything including coming back to the table.”
윤 대통령은 대북 지원책에 조건을 내건 반면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에 응하는 것을 포함해 어떤 구체적 행동을 하기 전부터 제재 완화 같은 혜택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 석좌도 윤 대통령 구상이 이명박-박근혜 등 과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참조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수 정부 역시 북한과의 외교를 원했고, 단지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추진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석좌] “Conservative governments want diplomacy with North Korea, just not at the expense of South Korean security and other national interests. Lee Myung-bak’s “Vision 3000” provided an opportunity for North Korean economic development. Park Geun-hye’s embrace of pragmatic “trust building” and proposal for a Northeast Asia Peace and Cooperation Initiative were also forward-looking.”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계획은 북한의 경제 발전 기회를 제공했고, 박근혜 정부의 실용적인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협력 계획도 미래지향적이었다는 것입니다.
크로닌 석좌는 윤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로 가는 길엔 단계별 상응 조치가 필요할 가능성을 인정했다며, 이는 정책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민첩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석좌] “President Yoon shows agility in acknowledging the possibility of meeting steps in the direction of denuclearization with commensurate aid--but only within the strategic understanding of a non-nuclear end state.”
다만 핵이 없는 최종 단계만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이해 속에서 이를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접근법을 미국과 논의했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지지를 이미 확보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입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 “Biden administration has consistently expressed its desire and willingness to engage in diplomacy with North Korea. So it stands to reason that Yoon administration has a support from the US.”
바이든 정부도 지속적으로 대북 외교 열망과 의지를 드러내온 만큼 윤 정부가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구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 “The main reasons for my pessimism are that it appears to make economic benefits to security concessions on the part of North Korea. That is a type of approach that did not work in the past.”
북한 입장에서 안보를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적 혜택을 약속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과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접근법이기에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매닝 선임연구원도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They see their expanding nuclear arsenal as the security guarantee. Especially after Ukraine – remember Ukraine had security commitments from the US, Europe and Russia.”
북한은 확장하는 핵 무기고를 자신들의 안전 보장책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러시아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았던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보고 더욱 그럴 것이란 분석입니다.
클링너 연구원 역시 ‘담대한 구상’이 당장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대화와 억지력 등 대북 접근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We need to try all the tools together both pressure and diplomacy, and offering benefits. I do think we need to maintain the conditionality of offering benefits in return for tangible progress towards denuclearization.”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에 대해 압박과 외교, 혜택 제공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며, 특히 혜택을 제공할 때는 반드시 비핵화를 향한 실체적 진전을 대가로 한다는 조건부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