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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0주년, ‘사드’ 등 갈등 요소 여전…미국, 한국 ‘가치외교’ 역할 기대”


박진 한국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9일 중국 칭다오에서 회담했다.
박진 한국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9일 중국 칭다오에서 회담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아 비약적인 관계 발전을 이뤘지만 사드와 반도체, 타이완 문제 등 갈등 요소가 여전하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가치 외교와 타이완 문제 등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미국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 담당 국장은 2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한국의 새 정부와 중국이 “상호 공동의 이익 분야를 식별하기 위해 모색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 담당 국장] “The reality is that both sides are trying to identify shared areas of mutual interest, but it is against a backdrop in which it's increasingly harder to stake out. South Korea has defined certain areas that Beijing would like to see. South Korea should self-restraint as areas that are critical to South Korea's security”

스나이더 국장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불거진 것을 지적하며 “양측이 분명한 이견이 존재하는 특정 분야를 확인했고 이런 분야는 향후 잠재적인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국의 자제를 원하는 특정 분야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핵심 안보 분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오는 24일 수교 30주년을 맞습니다. 두 나라는 냉전 종식후인 1992년 8월 24일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지난 30년간 한중관계는 선린우호 협력관계에서 협력동반자 관계를 거쳐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 이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잇따라 격상되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지난 8일 박진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그 의미를 돌아보며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사드 문제 등을 놓고 여전한 이견이 노출됐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과거 한국 정부가 사드와 관련해 ‘3불1한 정책’, 즉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에 참여하지 않으며, 미한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할 것을 대외적으로 선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사드가 북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 관련 사안으로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사드 문제 외에도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칩 4’, 타이완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한국 측에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연구소인 허드슨연구소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쑨윤 선임연구원은 “현재 한중 관계는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미한동맹 강화 약속’이 한국의 대중국 전략 변화 등을 의미하는지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쑨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China and South Korea relationship currently faces a lot of uncertainty. And I think what has happened is that with President Yoon and his commitment to strengthen alliances with United States, there are a lot of questions in China as for whether South Korea is changing at the line of strategy…”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전통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접근에서 ‘균형 잡기’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미한동맹’ 강화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의 강압 행위에 대해 간접적인 비판을 하고 있으며, 전임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과도하게 유화적인 접근’을 취했다는 비판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 “I think what has been interesting about President Yoon’s approach on foreign policy more broadly and toward China in particular is that he has been sort of, I think, at least indirectly critical of some dimensions of Chinese of China's behavior, and he's been critical of President Wound's what he saw as overly soft approach on China.”

또 윤석열 대통령이 ‘가치 외교’를 강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사드 추가 배치 검토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점들은 한국이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배척할 필요가 있을 때 윤석열 정부가 기꺼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너무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So it's challenging for South Korea to maintain an independent task where it looks after its own interests, while at the same time not damaging relations with China too much.…China has been increasingly using coercive measures when he is unhappy with the actions of a neighboring state."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이 필요한 상대이지만 동시에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웃국가에 갈수록 강압적 수단을 사용하는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최근 재개된 연합훈련 등을 비롯해 미국과 안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같이 민주주의와 관련된 국제 현안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타이완 문제 등을 비롯해 여러 현안에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워싱턴은 서울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의 중요성, 국가 간 분쟁의 평화적 해결, 중국의 부적절한 군사적 활동’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스턴 전 국장] “In other words, speaking out in support of the rules based international order, speaking out on the importance of democracy and values and human rights and diplomacy, speaking out on the importance of the peaceful resolution of the dispute and it's in that context that I think Washington would welcome a louder voice from Seoul on these issues with respect to Taiwan. I don't think there are specific expectations related to contingency planning on Taiwan vis a vis So I don't think there's a part of Washington's expectations."

존스턴 전 국장은 중국 정부는 “한국의 새 정부를 상당히 불편해하고 한국이 미국과 밀착되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하거나 저지하고 싶어 하며, 특히 윤석열 정부가 한일과 미한일 3자 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과 함께 이에 대응한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비판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점에는 흡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전략은 항상 미한, 한일, 미한일 관계에서 이견을 찾고 그것을 악용하려는 것”이라며 타이완 문제도 이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더욱 긴밀한 협력을 기대하는 분야를 한국 측에 이미 발신해 왔으며 윤석열 정부도 이에 대체로 원칙적 동의를 표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believe the administration has already signal the areas where it has expectations for closer coordination with South Korea and South Korea has already largely agreed in principle with the Bush administration to pursue cooperation in those areas. But what we don't yet know is that when you get into the details, whether or not South Korea might pull back and we certainly have seen debates going on background debate in South Korea that are natural for instance around joining the trip for a while and also on how to deal with Taiwan.”

스나이더 국장은 다만 ‘협력 분야’에 대한 세부적 논의로 들어갈 때 한국의 입장 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한국 일각에서 이미 '칩4' 동맹 참여와 타이완 문제 접근법에 대해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펠로시 하원의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이 이뤄지길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한국은 바이든 정부가 보낸 신호 대부분을 존중했지만 여전히 ‘유보’ 상태인 분야도 있다”면서, 다만 이런 ‘유보’가 양국 관계의 긴장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허드슨연구소의 쑨윤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 초기 한국에 대한 강압이 앞으로 4~5년간 한중관계의 악화를 의미한다고 인식하며 현재 ‘전략적 유화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쑨윤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심지어 ‘사드 문제’에도 지금은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타이완 유사시 계획 지지’ 등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더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레드라인’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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