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중국에 대한 미한일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진핑 정권의 강압적 외교행태와 인권 탄압, 주변국에 대한 노골적 위협이 중국에 대한 반감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압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은 최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 국민 1천 28명을 상대로 대중 인식을 함께 면접 조사한 결과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응답자의 70%가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반면 긍정적 답변은 11.8%에 그쳤다는 겁니다.
이는 3년 전 조사 때보다 부정적 인식은 20% 늘고, 긍정은 절반으로 준 것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외교행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19개 나라 국민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평판을 설문 조사해 지난 6월 발표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반중 여론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이 가장 높은 87%, 호주 86%, 미국과 한국 역시 각각 82%와 80%를 기록했는데, 응답자들은 시진핑 정부의 인권 탄압, 군사력 강화, 무역 경쟁, 이웃 나라에 대한 강압적 외교 행태 등을 반중 정서의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국의 반중 여론은 특히 지난 2002년 조사 때 31%에 그쳤지만 올해는 80%에 달해 거의 50%가 급증했습니다.
미한일 전문가들은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고 반중 여론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한국의 급격한 인식 변화를 주목했습니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25일 VOA에, 중국의 공격적인 행태가 한국의 반중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China is forcing countries to have a negative view of China. Its policies are extremely belligerent and aggressive. And, you know, in the case of Korea, the Chinese are bullying the government in Seoul. So of course, South Koreans have a negative view of China. This is just the result of Beijing.”
“중국은 각국이 중국에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며, 중국의 정책은 극도로 호전적이고 공격적으로, 한국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는 겁니다.
창 변호사는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시각은 중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지낸 미국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학 센터의 이성현 박사는 한국인들이 중국을 기회로 보던 환상을 깨고 실질적 위협이란 현실 인식으로 ‘리셋’하는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박사] “위협이라기보다 기회로 봤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중국에 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중국의 일방주의에, 중국이 강대국화되면서 과거의 중화주의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모습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괴롭히는 모습에서 한국마저 등을 돌리는 것은 중국 소프트파워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관련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외교 행태뿐 아니라 홍콩 민주화 탄압, 신장 위구르족 학살 등을 보며 특히 한국의 젊은 층은 중국이 겉과 속이 모두 같은 권위주의 체제, 인권을 탄압하는 사회주의 국가란 실체를 깊이 깨닫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시즈오카현립대의 동북아 전문가인 오쿠조노 히데키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날 VOA에, 지난 2013년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인들은 일찍부터 중국의 노골적 위협을 직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쿠조노 교수]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나라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것 같은, 그런 자기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려는 야심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면서 일본인들의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거의 회복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상당히 안 좋아졌습니다.”
오쿠조노 교수는 시진핑 정부의 이런 권위주의 정책이 조만간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럴수록 “한국과 일본이 서로 손을 잡고 협력을 강화해야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중국을 일방적으로 배척하지 않으면서 타협 대상과 아닌 것을 한일 두 나라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녹취: 오쿠조노 교수] “중국에 의견을 내야 할 것은 확실히 해야 하고 안 된다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중국이란 존재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국제질서의 규범을 중국도 지키면서 같이 번영하는 길로 중국을 우리가 끌어들여야 하는 부분에서 한일 양국이 국가 이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한일 전문가들은 시진핑과 푸틴이 모두 권위주의 독재 체제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변화보다 권위주의 체제를 더 독려하고 ‘엉뚱한 자신감’마저 심어주고 있다며, 이런 지정학적 상황이 변화를 갈구하는 북한 주민들에겐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창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전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북한은 한국을 위협한다”며 “한국인들은 북한 문제가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중국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China fully backs North Korea, North Korea threatened South Korea. South Koreans have to understand that they've got a North Korea problem, but more important, they've got a China problem. And of course, South Koreans are going to have increasingly negative views of China as they realize China's deep support for North Korean enemy."
이성현 박사는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시진핑과 푸틴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변화보다 권위주의 체제를 더 독려하는 형국이라며, 이런 지정학적 상황은 변화를 갈구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넷 등 국내외 정보에 대한 통제와 검열을 첨단 기술을 통해 더 강화하는 시진핑 주석을 보면서 김정은도 주민들에 대한 압제와 통제를 더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성현 박사] “이것이 굉장히 북한 주민들에게는 불행한 측면이죠. 왜냐하면 독재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일반 주민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독재자의 특성입니다. 또 북한같이 바깥세상과 연결 고리가 부족한, 외부에서 벌어지는 생각, 북한 체제의 문제점들을 본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이해하지 못하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바깥세상에서 우리가 아는 인식과 북한 주민들이 세계를 보는 인식의 괴리를 좁히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과 북한의 권위주의에 맞서 관여를 지속하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과 직접 정보 교류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