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 (NPT) 평가회의가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종료했습니다. 이로써 NPT 평가회의는 지난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최종 선언문 채택에 실패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1일부터 4주간 진행된 제 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26일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종료됐습니다.
구스타보 즐라우비넨 NPT 평가회의 의장은 이날 최종 선언문의 내용을 두고 참가국들이 전원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NPT 평가회의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최종 선언문이 채택되려면 191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합니다.
미국 대표단은 이날 마지막 회의에서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선언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애덤 셰인먼 미국 대통령 핵 비확산 특별대표] “Colleagues, Russia is the reason we do not have consensus today. Russia is the one that threw away a substantive outcome document that doesn't even call out Russia by its name. We regret this outcome, and even more deeply regret Russia’s actions that led us here today.”
애덤 셰인먼 미국 대통령 핵 비확산 특별대표는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충실한 내용의 결과 문건을 버린 것은 러시아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이 같은 결과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우리를 여기로 이끈 러시아의 행동을 더욱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은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은 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싼 군사 행동을 지적했습니다.
[제 10차 NPT 평가회의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 ] “The Conference expresses its grave concern for the military activities conducted near or at nuclear power plants and other facilities or locations subject to safeguards under Ukraine’s 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 in particular the Zaporizhzya nuclear power plant.”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인 안전조치 합의에 따른 안전조치 대상이 되는 원자력 발전소와 다른 시설, 혹은 장소, 특히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와 그 인근에서 벌어지는 군사 활동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최근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고, 원전을 방패 삼아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향해 포격을 가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로써 NPT 평가회의는 지난 2015년에 이어 처음으로 2회 연속 최종 선언문 채택에 실패했습니다.
지난 2015년에 열린 제9차 NPT 평가회의에서도 ‘중동비핵지대 설립’ 문제를 놓고 회원국들의 이견으로 최종 선언문이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2010년 열린 8차 평가회의에서는 북한에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최종 선언문이 채택된 바 있습니다.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들이 조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5년마다 열립니다.
이번 회의는 당초 2020년 4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몇 차례 연기된 끝에 7년 만에 열렸습니다.
한편 이날 채택되지 못한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에는 북한 핵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제 10차 NPT 평가회의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 “The Conference expresses its unwavering support for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reiterates concern over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s nuclear weapons and delivery systems programs, which undermine the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regime. The Conference reaffirms the importance of the relevant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 resolutions and their full implementation.”
이어 “세계 비확산 노력을 저해하는 북한의 핵 무기와 운반 시스템 프로그램을 재차 우려한다”며 “평가회의는 유엔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2일 공개된 선언문 초안에서 북한의 2016, 2017년 핵 실험만 적시해 규탄한다고 했던 것과 달리 북한의 6차례 핵 실험 전체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제 10차 NPT 평가회의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 “The Conference, stressing that the DPRK must comply with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and recalling relevant UNSC resolutions, condemns the six nuclear tests conducted by the DPRK and stresses that the DPRK must not conduct any further nuclear tests.”
북한은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상기하며 북한이 행한 6차례 핵 실험을 모두 규탄했고, 북한이 추가 핵 실험을 해서 안 된다 점도 강조했습니다.
또 ”관계국들이 대화 복원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더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제 10차 NPT 평가회의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 “The Conference calls on all parties concerned to make further efforts toward the resumption of dialogue and to work to reduce tensions on the Korean Peninsula.”
아울러 “진행 중인 모든 핵 활동을 당장 중단하고, 보유한 모든 핵 무기와 현행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북한에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할 수 없으며, 빠른 시일 내 NPT와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협정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