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은 러시아와 강력한 유엔 제재로 고립된 북한 두 나라의 밀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접근법이라며,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29일 VOA에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세에 몰린 러시아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다가간 것으로 본다며, 현재로선 북한이 훨씬 이득을 보는 공생관계라고 진단했습니다.
러시아를 통해 대북 제재 완화는 물론 외화벌이 등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 “It adds a another support within the UN Security Council that will push back against any sanctions on North Korea, if they continue to do their tests. It really undermines US effort to put pressure on North Korea.”
북한이 계속 핵과 미사일 등을 실험할 경우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할 또 다른 지원자가 돼줄 수 있으며, 이는 실제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스무 차례 가까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조만간 7차 핵 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에 반대해줄 러시아나 중국의 지지를 고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러시아 자체만으로도 북한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Russia is going to use North Koreans as a source of labor, both inside Russia as well as in the in the Ukraine, that's a revenue stream for the regime in a period where, because of COVID, because of sanctions, there aren't too many revenue streams.”
만약 러시아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노동력을 사용한다면 신종 코로나와 제재로 외화 수입원이 말라 붙은 북한에게 새로운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강력한 조치에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를 계속 잃어가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북한과의 밀착을 통해 지지 세력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러시아가 내심 중국이나 인도 등의 지지를 바랐지만 이를 얻지 못해 결국 북한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 “Russians have very few friends due to its invasion of Ukraine. I mean, India has struggled with it. China has, as I said, the big power that has struggled with it. So it is looking for friends wherever they can find friends.”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친구가 거의 없어졌고, 인도나 중국조차 러시아를 받아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따라서 러시아는 어디서든 우방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 사회는 예상 외로 단단히 뭉쳐 러시아를 규탄했으며, 중국도 러시아를 암묵적으로 지지할 뿐 직접적인 지지를 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북한은 지난 3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141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을 때 반대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였습니다.
북한은 또 돈바스 내 러시아 점령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을 승인한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지금 러시아는 한 나라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대북특사] “They know North Korea is a pariah state, at least from a large part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But still, it's a friend. And in a storm, almost any port will do.”
갈루치 전 특사는 러시아는 북한이 국제사회 대부분 나라로부터 따돌림 받는 ‘왕따 국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친구이며, 태풍이 불 땐 어느 항구든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가 북한 내 코로나 확산의 근원이 한국에서 보낸 대북전단 때문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는 등 러시아는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마체고라 대사의 사례에서 보듯 양국이 서로의 주장에 맞장구 쳐주는 역할을 해주며 국제사회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And that's another thing that North Korea can do is they can they can basically be an echo chamber for both the Chinese and the Russians. It has nothing to do whether he believes it or not, it's just a narrative they're putting out there. There's probably more for domestic consumption in Russia or, or North Korea.”
마체고라 대사가 실제로 북한의 말을 믿는지 여부와 별개로 북한의 주장을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런 주장은 러시아나 북한 내부적인 용도가 더 클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의 한반도 연구자인 아르톰 루킨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교수는 북러 양국의 밀착이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르톰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수] “North Korea has much to gain by aligning with Russia. Russia is a major economy that can supply DPRK with much needed oil and petroleum products. As for Russia, having North Korea on its side carries some symbolic importance for Moscow, since DPRK is just one of the very few UN members that has openly and unequivocally sided with Russia in the Ukraine crisis.”
북한은 경제 강국인 러시아와 발을 맞춤으로써 꼭 필요한 원유와 석유 등을 제공받는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루킨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를 공개적, 일방적으로 지지해온 몇 안 되는 유엔 회원국 북한을 곁에 두는 것이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부쩍 밀접해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경계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러시아는 대북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아르톰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수] “North Korea’s dependence on China has become so deep that Russia is unlikely to provide any meaningful alternative, especially in the economic sphere. Anyway, Moscow is unlikely to do anything on the Korean Peninsula that could anger Beijing, given Russia’s own growing closeness with China.”
특히 경제 측면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너무나 높아 러시아는 어떤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중국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러시아 역시 한반도에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루킨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더 심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미한 동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무엇보다 미국 주도의 제재를 약화시켜 북핵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Basically it's undermining sanctions, which means it reduces the ability for the US and South Korea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put pressure on North Korea to come to the negotiating table to negotiate about its nuclear program. That's our probably our major concern.”
북-러 협력은 기본적으로 제재를 약화시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능력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그 부분이 미한 동맹으로서 가장 우려하는 점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미국 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러시아 지지를 지적함으로써 북-러 밀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대북특사] “I think we shouldn’t, we in the government in Seoul should not be bashful about calling the North Koreans out on its support for Russia as we shouldn't any country that supports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어떤 나라도 지적하는 데 망설임이 없듯이 한국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을 지적하는 데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더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Now we have the Yoon administration talking about engaging North Korea. But that's not going to happen unless the US engages first, because you can't have an inter Korean dialogue, without first having a North Korean us dialogue.”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이 먼저 미-북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지 않는 한 남북 대화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현 미국 정부는 대북 대화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그럴 경우 북-러 밀착 국면에서도 미한 동맹이 특별히 취할 수 있는 대처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