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가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북한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자의적 체포와 구금 등 강제실종을 흉악한 국제범죄로 규정했는데, 북한 지도부가 이런 범죄를 자국민 통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Seoul)는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트위터’에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과 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On the occasion of the International Day of the Disappeared, we stand in solidarity with the families of those disappeared in and by the DPRK. DPRK owes answers to the families of disappeared; answers which provide them with the truth and reveal the whereabouts of their loved ones.”
그러면서 북한은 피해자 가족에게 진실을 제공하고 그들의 사랑하는 이들의 행방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이날 유엔 인권기구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개최한 강제실종 관련 행사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북한의 강제실종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살몬 보고관] “It is needless to emphasize in this meeting that enforced disappearances is considered one of the most heinous international crimes and it is a criminal conduct which has been a preferred practice by many authoritarian regimes around the world in contemporary times. We know well that these criminal practice is not absent from the DPRK, as many brave voices have been testifying for years in different settings and situations.”
“강제실종이 가장 흉악한 국제 범죄 중 하나로 간주되며 현대 세계의 많은 권위주의 정권이 선호해온 범죄 행위라는 점은 이번 회의에서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범죄 행위가 북한에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수의 용감한 목소리가 다양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수년간 증언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청년들이 강제실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캠페인을 펼친 것은 “한반도 내 인권을 위한 투쟁에 있어 매우 촉망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을 기록하고 목격자의 목소리를 듣는 활동에 대한 여러분의 지속적인 헌신 덕분에 많은 실종자의 운명과 행방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장래의 책임규명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살몬 보고관] “Thanks to your sustained commitment to the work of documenting the facts and hearing the witnesses’ voices among many other necessary tasks the destiny of whereabouts of many disappeared persons will not fade into oblivion and accountability will not be impossible in the years to come.”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메쉬 포카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대행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이 진실을 알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려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포카렐 소장 대행은 또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북한 정부가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생사에 관한 정보를 가족들에게 전달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북한인권시민연합, 비자발적실종반대아시아연합,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회는 이날 공동 개최한 행사에서 지난 두 달 동안 청년 활동가 17명이 펼친 강제실종 관련 캠페인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들 중 ‘희나리’ 팀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내년에 실시할 한국에 대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와 관련해 납북자 진실규명과 명예 회복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담은 이해관계자 보고서(Stakeholder submission)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날 납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에 알리기 위한 웹사이트(https://helpthemiss_ing.creatorlink.net/)를 개설하고 대국민 서명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다른 팀들은 북한 내 강제실종과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다룬 단편소설을 만들어 배포하고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를 통한 모금 캠페인을 펼쳤다고 밝혔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 수단 중 하나로 강제실종을 이용하고 있다며, 정치범수용소를 대표적인 예로 지목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자의적 체포를 통해 정치범과 그 가족을 체포하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검열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지윤 캠페인 팀장은 이날 행사 후 VOA에 이런 문제를 거듭 지적하며 청년들이 문제 해결을 주도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이지윤 팀장] “이렇게 오래된 문제에 대해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알리고 노력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기억하지 않으면 쉽게 잊히는 문제잖아요. 피해자분들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힘을 모은다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팀장은 특히 납북자 문제는 범죄 행위로, 별도로 다뤄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통일부 이산가족과가 이를 담당하면서 그 심각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제실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 범죄의 일환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북한에 보낸 통보문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자행한 강제실종 유형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제실종 관련 통보문에는 10만 명이 넘는 전시(한국전쟁) 납북자와 516명의 전후 납북자 외에도 한국군(국군) 포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들, 그리고 탈북민 가족이 북한에서 실종됐다고 보고한 주민 명단이 포함돼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