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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대상 북한 유조선, 중국 유류 항구 포착


지난 2018년 2월 동중국해에서 북한 유조선 '례성강 1호'와 벨리즈 선적 '완헹 11호'가 불법환적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일본 해상 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가 촬영했다. 일본 방위성 제공 사진.
지난 2018년 2월 동중국해에서 북한 유조선 '례성강 1호'와 벨리즈 선적 '완헹 11호'가 불법환적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일본 해상 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가 촬영했다. 일본 방위성 제공 사진.

유엔 제재 목록에 오른 북한 유조선이 중국 유류 항구에서 포착됐습니다.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제재 선박이 출입이 금지된 유류 취급 항구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낸 건데, 원칙대로라면 중국 정부는 문제의 유조선을 억류해야 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항구에서 포착된 대북제재 대상 유조선은 ‘례성강 1’호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선적의 례성강 1호는 현지 시각 5일 현재 중국 저우산항 계선장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 저우산 항에 대북제재 유조선 '례성강 1'호가 대기 중인 모습. 인근엔 유류 탱크 100여개가 밀집한 지역이 보인다. 사진=MarineTraffic.
중국 저우산 항에 대북제재 유조선 '례성강 1'호가 대기 중인 모습. 인근엔 유류 탱크 100여개가 밀집한 지역이 보인다. 사진=MarineTraffic.

계선 장소는 부두에 정박하기 전 선박이 대기하는 곳으로 현재 례성강 1호 주변에는 입항을 기다리는 다른 100여 척의 유조선이 머물고 있습니다.

계선 장소에서 북서쪽으로 약 5km 떨어진 곳에는 섬 형태의 대형 유류 탱크 지대가 보입니다. 크고 작은 유류 탱크 약 160개와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 10개가 들어선 곳입니다.

유조선인 례성강 1호와 다른 많은 유조선이 유류 탱크 밀집 지역 인근에 멈춰 있는 현장 상황으로 미뤄볼 때 이들 선박은 모두 계선 장소에 대기하며 유류 항구에 입항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유조선, 그것도 제재 대상 선박이 중국 근해나 인근 항로에서 포착된 적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지만, 이번처럼 직접 계선 장소에서 입항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확인된 건 이례적입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17년 11월 례성강 1호가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과 맞댄 상태에서 유류를 옮겨 싣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정황이 담긴 사진.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정황이 담긴 사진.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이후 유엔 안보리는 다음 달인 2017년 12월 례성강 1호를 비롯한 4척의 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인도적 목적이거나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허가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이들 선박의 입항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VOA는 중국 정부에 관련 사안을 문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현재 례성강 1호는 일반적인 선박 식별 방식인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없이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로만 운항 중입니다.

VOA가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서 해당 MMSI를 검색해 본 결과, 과거 이 MMSI를 이용한 선박은 례성강 1호뿐입니다.

또 과거 례성강 1호는 이 MMSI와 함께 IMO 번호도 함께 사용했는데, 당시 IMO 번호는 현재 유엔 안보리와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목록에 등재된 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북한이 자체 보유한 선박의 MMSI를 다른 선박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선박 세탁’을 한 전력이 있는 만큼, 중국 저우산항 계선 장소에 있는 례성강 1호가 실제로는 다른 북한 선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등은 북한의 ‘선박 세탁’을 제재 회피 행위로 규정한 바 있어, 이 경우에도 제재 위반 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북한 선박들의 불법 활동이 중국 저우산에서 빈번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눈 여겨볼 대목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와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 화물선 여러 척이 중국 저우산 인근 해역으로 석탄을 운송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수십 척의 북한 선박이 저우산 인근 해역에 머무는 장면이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유엔 회원국 1곳의 분석을 인용해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북한이 64차례에 걸쳐 55만 2천 400t에 달하는 석탄을 중국 근해와 항구로 운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에서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정제유의 양을 연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유류를 공급한 나라들이 매월 이 수치를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관련 결의 채택 이후 줄곧 이 같은 정상 유통경로 대신 공해상 선박 간 환적에 가담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유류를 실은 유조선을 자국에 입항시키는 방식으로 유류를 수입해 왔습니다.

또한 매월 유엔에 대북 유류 공급량을 보고해 온 중국 정부는 북한에 건넨 유류가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가 아닌 아스팔트의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등 비연료성 유류라고 보고해 왔습니다. 공식 경로를 통한 북한의 유류 수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례성강 1호를 억류하지 않을 경우, 례성강 1호가 저우산항에서 유류를 실을지, 아울러 이런 내용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대로 보고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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