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직 미 관리들이 강조했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의지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5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미국의 관점에서 미한일 3국 협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에 제기하는 위협, 타이완 등 이웃국가에 대한 중국의 증가하는 강압적 행위, 우려되는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등을 거론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From an American perspective. trilateral coopera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the Republic of Korea and Japan, is really indispensable at this moment. When you look at the threat posed by North Korea, not only on the peninsula but in the region around the Korean peninsula…You look at all those factors. And I don't think it's an exaggeration to say that the United States cannot adequately fulfill its security responsibilities in the region with respect to its two key alliances and similar East Asia without the cooperation of a third party.”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등과의 협력 없이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안보 책임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동북아의 각 동맹들에 대한 안보 의무를 더욱 잘 이행하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그동안 여러 미 정부가 3자 협력과 공조, 훈련 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미한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은 올들어 다양한 형태의 3자 회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미한일 3국 정상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4년 9개월 만에 회동했습니다.
또 6월과 7월 연이어 미한일 국방장관 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이 각각 열렸고, 지난 1일에는 미국 하와이에서 3국 안보수장들이 만나 북한과 중국 문제를 비롯해 3국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어 7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3국 북핵 수석대표들이 회동하며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 대사대리는 이와 관련해 “안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 걸쳐 강화된 3국 협력은 질서에 기반한 국제규범을 형성 유지하며 3국이 약속한 핵심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우선순위 노력에 가시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3국 협력은 우리가 함께 직면한 역내와 국제적 도전을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대사대리]“Enhanced trilateral cooperation, across a range of sectors - and not just security- would tangibly contribute to the priority effort to shape and maintain the international rules based order and to promote the key values to which the three nations are committed. This is more important than ever given the global/regional challenges we collectively face.”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일본이 최근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림팩’과 ‘피치 블랙’ 등 미한일이 모두 참여한 다국적 연합훈련이 이어진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역내 핵심 관심사인 타이완해협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The Taiwan Strait is critical, critical to Japan and South Korea for transit of commerce and economic goods. So it is in the interest of both countries that there be open ceilings of communication, and shipping lanes. So a free and open Indo Pacific is in both Japan and South Korea's interests along with the United States. And so I think we're going to see trilateral cooperation on that.”
타이완 해협은 한국과 일본의 상업과 교역을 위한 핵심 지역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3국 모두에 이익인 만큼 이 영역에 대한 3국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미한일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은 3국의 국가 안보와 번영과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일 하와이 안보실장 회동 결과를 발표하면서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동 약속”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우리의 공동 비전을 바탕으로 유대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전직 관리들은 미한일 3국이 안보·가치·경제 등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진단하면서도 한일관계가 여전히 3국 협력에 ‘도전’ 요소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애석하게도 한일관계의 문제적 성격이 종종 어려움을 제기하며 3자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목표에도 영향을 줘 왔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새 정부 모두 3자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good news is that I think that the government's in both Tokyo and Seoul are seriously interested in finding a way to work around past differences, management past differences, and build a better and more transparent and more cooperative relationship that ultimately will help the goal of achieving better trilateral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I would like to see the Japanese a bit more forthcoming especially on issues regarding the nature of South Korean Japan normalization and what it included what it didn't include, et cetera”
한국과 일본 모두 과거의 차이를 관리하며 더욱 투명하고 협력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진지한 관심을 보인다는 진단입니다.
또 이런 노력이 “3자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궁극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이 상대의 우려를 수용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대통령과 외교장관 등 한국 측에서는 “과거의 장애물과 걸림돌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면서 "일본 측도 한일기본조약 해석을 둘러싼 이견 등 현안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국무부에서 한국과 일본 문제 등을 다뤘던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 대사대리도 “지난 10년간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은 3국 협력을 발전시키고 최적화하는 데 실제로 장애물”이었다고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두 나라의 ‘온도차’를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 대사대리] “] “Tensions between the RoK and Japan, especially over the past decade, are indeed the impediment to moving forward and optimizing trilateral cooperation. The new Yoon administration has prioritized improved relations with Japan and seems to be actively looking for solutions that will address Tokyo’s concerns without compromising core Korean interests and values. It’s a fine needle to thread with serious political risk for the unpopular Korean president. And hanging over any solution is the soon anticipated Korean Supreme Court ruling on a landmark colonial era conscripted labor case. For its part, the Kishida government, which has its own domestic political considerations, seems to be holding firm against any substantive engagement with Seoul or offering any concessions until after the Yoon administration has presented its plan for resolving the core historical issue(s) and taking into account the expected supreme court ruling. ”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국의 윤석열 새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며 한국의 핵심 이익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우려를 해소할 해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지도가 낮은 한국 대통령에겐 심각한 정치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일 간 쟁점인 일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어떤 해법도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달려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국내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며 당분간은 한국과 실질적으로 관여하거나 양보를 제공하는 것을 보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분석했습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 결과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핵심 과거사 문제를 해소할 계획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는 모두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듬해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문제 등이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채널의 양자 협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한국과 일본 안보실장들은 3자 회동에 앞서 양자 회동을 진행했고, 이번 주에는 두 나라 북핵 수석대표가 도쿄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또 오는 7일 서울에서는 6년 만에 양국 국방차관 회담도 열립니다.
이런 가운데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김성한 한국 대통령실 외교안보실장은 2일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국 측은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국과 일본이 민감한 양자 현안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오는 9월 뉴욕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의례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을 것”라고 말했습니다.
양측이 여전히 이견 해소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러면서 다른 중요한 양자, 역내, 국제 현안에서 서로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대사대리] “I think that just from a protocol standpoint it’s important that they meet in New York, even if there has been no substantive progress on the sensitive bilateral issues. There’s an important optic in play here of showing that both sides remain committed to resolving differences and, in the meantime, that they will actively engage with each other on a range of other important bilateral, regional and global issues”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유코 나카노 일본담당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관계 복원을 위해 지난 몇 달간 노력하는 모습을 봤고 일본 정부도 그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현재 높은 기대치를 갖는 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 감지된다며, 일본 당국자가 한일 정상회담 조율에 대한 한국 측의 발언을 부인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코 나카노 CSIS 연구원] “However, if one could gauge the temperature from media reports, Tokyo is cautious about setting high expectations at this moment (Sankei Shimbun reported that a Japanese government official denied that the national security advisors discussed specific dates for the ROK-Japan summit at the meetings in Hawaii).
In Japan, voters’ concern over ties between the Unification Church and political parties continue to be a headache for Prime Minister Kishida, which also casts a shadow over a planned state funeral for former prime minister Shinzo Abe. So for Japan, now does not seem to be the opportune time to dive into a summit meeting, unless there are concrete, pragmatic proposals to overcome the historical issues. “
나카노 연구원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 자민당 인사들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 등 국내 정치 문제로 골머리를 알고 있다며, “일본 입장에선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이 없는 한 지금은 정상회담에 뛰어들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