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간 관계 교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시급히 풀어야 할 인도적 사안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규)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한국과 북한 모두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담화를 발표하고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 만나 이산가족을 비롯한 인도적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 한국 통일부 장관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입니다.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권 장관은 또 리선권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통일부 장관 명의의 대북 통지문 발송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산가족 논의 채널인 적십자 회담이 아닌 통일부 장관이 담화를 통해 직접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이지만 북한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며, 이번 제안은 한국 정부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성묵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서 북한에게도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제사회에도 이건 정말 인도주의적 문제이고 인권과도 연계돼 있는 거란 말이에요. 윤석열 정부는 인권 문제, 인도주의적 문제를 중요한 가치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도 알릴 수 있는 그런 계기라고 생각해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교착이 심화되고 있어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 속에, 이산가족 문제가 인도주의적 사안인 만큼 북한도 한국 측 제안을 고민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형석 / 전 한국 통일부 차관
“북한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이산가족 관련해서 그동안 행사도 많이 했잖아요. 북한도 이산가족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이걸 이런 식으로까지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 다 해라’ 라고까지 했는데 북한이 이것을 쉽게 거부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라고 보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이산가족 문제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인도적 사안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 제의를 하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