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실상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했으며 핵 무력 완성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체제 위기에 대한 우려때문에 개방을 통한 경제 개혁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미한정책국장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경제적 번영과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노렸지만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He wanted to be economically prosperous, and a military strong country. And I think that he believed that his military strength would generate opportunities for kind of economic prosperity. And of course, we know that it works exactly the opposite way because of the international sanctions regime coming in and essentially robbing him of that opportunity from his perspectives.”
스나이더 국장은 이날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반도의 최근 동향’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군사력이 경제적 번영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김 위원장의 핵 경제 병진 노선 추진 계획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사실상 핵 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한 결정적인 계기로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의 실패를 꼽았습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어낸 제재 해제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김 위원장은 이제 자신의 지도력을 핵 무력 완성을 통해 대내외에 확인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개방 없이 ‘자력갱생’만 선전하고 있다면서, 이는 변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겠다는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도 “북한은 생존을 위해 개방을 해야 하지만 개방의 과정은 정치적 통제와 지도력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North Korea needs to open up to survive, but the process of opening up could lead to the demise of the leadership, the political control. And that's why they always move forward a few steps and then they step back and they move forward and they step back.”
그러면서 북한은 이런 이유로 장마당 등 시장 경제 체제를 일부 도입했다가 다시 통제 경제로 회귀하는 등 진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석좌는 김정은 정권이 반시장적 정책을 펼 때마다 주민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정 운영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아울러 개방이 동반되지 않는 한 진정한 경제 개혁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며, 그럴 경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고 주변 국가와의 무역을 단순 소비하는 방식의 ‘기생적(parasitic)’ 경제 구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국장은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회담이 실패로 끝난 것이 북한의 국가 방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김 위원장이 당시 제재 완화라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작은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는데 만족했다면, 지금쯤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어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현재 김 위원장에게는 핵 프로그램의 지속적 확장과 현대화를 추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권이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So that means he has no choice but to keep going on the nuclear program perfect, his nuclear arsenal expand and modernize all of that. He's been doing that he really doesn't have any other option.
전문가들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북한의 개혁 개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당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내부 불만을 통제하고 정보의 흐름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악용하고 무기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y needed to reel it back in before something bad happened in terms of internal threats to political loyalty and the regime. I think they were in the process of rolling it back in and COVID was a huge opportunity for Kim Jong Un to try to erase the failure of the Hanoi Summit.”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지도부는 정권과 정치적 충성심에 대한 내부 위협 측면에서 나쁜 일이 발생하기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다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를 덮는 데도 큰 기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차 석좌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국경 봉쇄를 지속하는 것에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지난 2년간 북중 국경이 거의 차단 됐음에도 북한이 버티고 있는 데 대해 의문을 나타내면서 대북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차 석좌는 또 사이버 위협이 핵무기, 탄도미사일과 함께 북한의 3대 비대칭 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Cyber is the third leg of their asymmetric strategy right its nuclear weapons, ballistic missiles and cyber.”
차 석좌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과거 하나의 파괴적인 무기로 인식됐다가 최근에는 북한 정권의 자금 확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테리 국장도 다른 경제적 수단이 막힌 북한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화폐 위조와 암호화폐 탈취, 돈세탁을 위한 기술적 요소를 추가하는데 미래를 걸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노리는 북한의 사이버 자금 탈취에 대해 많은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