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여승배 한국 외교부 차관보가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한 양국 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여승배 한국 외교부 차관보가 2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차관보는 미한 관계와 북한과 북 핵 문제, 지역과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두 차관보는 지난 5월 미한 정상이 양국동맹을 글로벌 포괄적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이래 각급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소통해 나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이어 양측은 내년 동맹 70주년을 앞두고 고위급 교류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가고 특히 다음달 개최 예정인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즉 EDSCG 회의에서 양국간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EDSCG는 미국과 한국의 외교와 국방당국 차관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체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10월 공식 출범했습니다.
미한은 지난 5월 정상회담을 통해 2018년 1월 2차 회의 이후 4년 넘게 열리지 않던 EDSCG를 재가동하기로 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한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특히 미국 측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공식 제안한 대북 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미한 차관보 회담은 북한이 ‘담대한 구상’에 대해 즉각적인 거부 의사를 표명한 데 그치지 않고 한국에 보복성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를 통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이뤄져 북한 도발 대응 차원의 공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대남 대미 강경책을 선택한 상황이고요. 여기에 대해서 한미는 한미동맹의 강화 특히 북 핵 위협에 대한 EDSCG의 실시 그 다음에 여러 한미군사연습의 재개 이런 방안들을 제시하고 이미 행동에 옮기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 대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있지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대안이나 새로운 제의를 통한 돌파구 마련 여기에 주안점을 둔 방한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두 차관보는 또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미한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와 태평양 도서국 등 주요 지역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아울러 미한 동맹이 군사와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안보와 기술 동맹 그리고 지역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협력의 지평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전략적 소통과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여 차관보와의 회담에 이어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박진 장관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면담에선 최근 ‘담대한 구상’에 대한 의견 교환을 포함해 북 핵 대응, 미한 관계, 미한일 협력 방안,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가 폭넓게 논의됐습니다.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수행했던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이번 단독 방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입니다.
이처럼 북한 도발에 대비한 미한 공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김태효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은 최근 한국 내 민간 외교안보연구기관인 신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정책간담회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한의 확장억제력을 100%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차장은 구체적인 확장억제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를 1년에 서너 차례 실시해 핵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함으로써 가상 현실에서 모든 돌발 시나리오에 대비해 압승을 담보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차장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은 신아시아연구소 회원들에게 소식지 형태로 발송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