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약 5년만에 개최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통해 한국에 억지력에 대한 확신을 제공하고 핵 위협을 높이는 북한에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복원하고 정례화한 것도 성과로 꼽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케이토연구소의 에릭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열린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북한 핵 억제력에 대한 도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미국과 한국의 공동 인식 아래 개최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핵무력 정책을 공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는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에 관한 “정책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 같은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에릭 고메즈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 “It’s like the process of turning a policy idea into a reality, right? so the process of saying, you know, the South Korean saying to the Americans, we want you to do a bomber, a bomber exercise…What this sentence does is show that stuff like that will take place more rapidly, right? Like that, we kind of have a consultation in place. So that way, when it comes time to actually doing something, it can be done faster, and it can make the bureaucracy of the US side move more quickly.”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전략 폭격기 등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훈련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미국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양측이 협의를 통해 보다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번 협의체 회의와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을 향해 미국이 그동안 취했던 것보다 더 많은 행동에 기꺼이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을 향해선 “우리가 이런 행동에 나선 주된 이유는 당신들의 행위 때문이며, 계속 이런 경로로 나온다면 우리들이 공언한 조치를 행동에 옮길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이와 함께 공동성명이 북한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역내 안보 증진'이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고메즈 선임연구원] “I think the other thing when it talks about regional stability, right? the unspoken country China. I think that this is definitely much a North Korea focused statement…But they're not going to just talk about North Korea here”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연례화한 상황에서 중국이 역내 긴장을 고조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 문제 또한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16일 워싱턴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내용과 구체적 절차를 논의하는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4년 8개월 만에 개최했습니다.
두 나라는 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역량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대북 억제와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연례화하기로 합의하고 2023년 상반기에 실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 확장 억제와 관련해 고위급 차원의 채널을 다시 확보한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 “So, the statement is a statement about national commitment. But underlying the statement there is a demonstration of what I call teamwork. This team is an important element, not only of deterring North Korea, but also assuring the South Korean people. And it's interesting, Vice Minister Shin, he went to Andrews Air Force Base, he got to see the B- 52…In addition, we have to recognize that right now you've got a US aircraft carrier that is operating in the East Sea. That's training with South Koreans. Those were all assurance kinds of things as well as deterrence. That's a huge change over the Moon administration, showing stronger cooperation”
베넷 선임연구원은 공동성명이 확장억제에 대한 국가 간 약속을 명시한 차원도 있지만 두 나라의 '팀워크'를 과시한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을 억지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국방차관이 이번에 미국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를 직접 살펴보고, 미국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해 한국과 훈련할 계획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확신와 억제를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큰 변화이며 강화된 협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다만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는 데 대한 억제는 작동하고 있지만,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re clearly deterring a major North Korean attack on the South that's worked. But that's good. But we've not been effective against provocations… It would have been nice if this committee had made more specific threats against a nuclear weapon test, had said we're prepared to do this or we're prepared to do that. And then if North Korea proceeds with the test, we need to demonstrate that we do it.”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올해 6차례 ICBM 발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위협를 담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면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경고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예고한 조치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이 핵실험이나 군사적 무력충돌 등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업데이트하고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But certainly the photo ops with the B 52 at Andrews Air Base, and also that statement, I think, reflect that the two countries are working to update and improve the the actions that both nations can take to determin North Korean action or in response to a North Korean action, whether it's something just like a nuclear test or actual military conflict.
특히 한국 국방차관의 미군 기지 방문과 전략폭력기 B-52 시찰 장면을 공개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한 이번 공동성명 등이 양국의 이 같은 협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다만 이런 종류의 협의에서 나오는 공동성명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내용들이 포함되며, 실질적인 진전은 막후에서 이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케이토 연구소의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양측의 인식 차이가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메즈 선임연구원] “Whenever it comes to extended deterrence I think of most of the challenges extended assurance has nothing to do with the target, but has everything to do with the Allies because the ally will always not feel. I think the Allies will always feel nervous because they're putting their security in the hands of an outside power. South Koreans want assurance the South Koreans are very worried because they don't have nuclear force of their own. And North Korea's making all these noises about adding low yield weapons”
확장억제에 대한 확신의 주체는 표적이 아니라 동맹이며, 동맹은 자신들의 안보를 외부의 힘에 의지할 때 항상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이 소형 전술핵무기 배치 등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체 핵무력이 없는 한국은 우려할 수밖에 없고 더 큰 확신과 약속을 원할 것이라고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의 바람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균형 잡기’를 모색할 것이라며, 특히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 등은 “미국과 한국 모두 실행 가능한 선택지로 판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방부 북한 담당 선임보좌관 출신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런 협의는 미한동맹 공조를 강화하고 억제력을 개선하며 한국을 안심시키는 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This type of consultation may be good for strengthening Alliance coordination, enhancing deterrence, and reassuring Seoul but it's likely ineffective and maybe even counterproductive for changing North Korea's behavior and encouraging it back to the negotiating table”
엄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협상 복귀를 독려하는 데는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