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어린 소녀와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 등 책임 규명에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좌관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어린 소녀와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부분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이 정의와 보호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한국 통일부 주최로 1일 서울에서 진행된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책임 규명과 협력의 양면 접근을 통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개선’을 주제로 한 토론 세션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Alongside that difficult task there are many other tasks such as strengthening the prospect for accountability…”
살몬 보고관은 증인과 피해자의 발언을 청취하고 기록하고, 여성과 여아의 인권 유린 상황 같은 문제들을 강조하고 문서화하고 이에 대한 책임 규명 가능성을 높이는 등의 많은 책무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피해자 증언을 잘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아직은 북한의 인권 탄압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모든 걸 알 수는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대화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 논의와 피해자 정의 구현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에 그치지 않고 진실에 대한 권리, 피해자의 배상받을 권리 등을 내포한 ‘전환기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겁니다.
‘전환기 정의’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과 정의, 배상, 재발 방지, 화해 등 과거사 청산 문제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페루 출신의 국제법 학자인 살몬 보고관은 “현재 북한 상황은 라틴아메리카와는 다르지만 어떤 부분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실과 정의, 배상이라는 것이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라틴아메리카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직이 2004년 생긴 이후 18년 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각국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책임 규명을 위한 증거를 마련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협력의 부재로 인해 큰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국제적 연대는 전세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건 공동의 목표와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살몬 보고관] “I wish to emphasize however that the success of this partial effort is possible only through the commitment of many different actors.”
살몬 보고관은 “이런 노력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뿐”이라며 "북한 정권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등의 정부 차원의 노력과 시민단체와 학계, 피해자 단체가 모두 함께 노력해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 계속해서 노력하고 대화를 도모하고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며 “어렵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이런 노력을 앞으로 배가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살몬 보고관은 “방한 기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즉 하나원을 방문해 탈북민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며 “기존 관행을 바꿔 좀 더 대화를 도모하고 그와 동시에 책임 규명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향후 몇 개월 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북한 인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앞서 전날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탈북해 한국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태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살몬 보고관은 태 의원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방북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2017년 북한을 방문한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특별보고관의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을 직접 방문해 인권 문제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태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종식되면 북한을 방문하라”고 권하자 살몬 보고관은 “북한이 언제쯤이면 봉쇄를 해제하고 외국인의 방문을 허용하겠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아울러 “제네바나 뉴욕 등을 통해 북한 측과 인권 대화의 길을 위해 끊임없이 접촉해보겠다”면서 “국제적인 포럼이나 세미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살몬 보고관은 27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29일 한국 내 대북인권단체들과 면담을 시작으로 하나원 방문, 외교부의 박진 장관, 이도훈 2차관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했고 오는 2일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예방, 3일 북한 군 총격에 의해 숨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유족 면담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