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불법 환적지로 지목한 특정 해역에서 복수의 선박이 밀착한 장면이 또다시 위성에 찍혔는데, 전형적인 환적 모습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9일 북한 서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선박 3척이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북한 초도에서 서쪽으로 약 11km, 남포에서는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지점에 길이가 각각 90m와 70m로 추정되는 선박 2척이 50m 길이의 선박 1척을 가운데에 두고 접선 중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지점엔 길이가 각각 90m와 50m의 선박 2척이 붙어 있습니다.
큰 선박의 적재함이 절반가량 열려 있고, 바로 이 부분에 작은 선박이 밀착해 있는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육지에서 10km 넘게 떨어진 지점에서 적재함 덮개를 열고 있는 모습이나 유독 그 부분에 선체를 밀착시킨 수상한 행동은 한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 물건을 옮겨 싣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습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회피 수단으로 지목해 온 선박 간 환적의 전형적인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망망대해에서 이뤄진 선박 간 접선을 즉각 불법 환적으로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박 간 환적 의심 행위가 포착된 북한 초도 인근의 ‘서조선만’ 즉 북한 서해 일대를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했습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에서 출항한 선박과 이 지점에서 만나 환적한 뒤, 종류를 알 수 없는 화물을 북한 남포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왔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이 공해상에서 제재 품목을 거래한다는 각국의 지적이 잇따르자 같은 해 9월 채택한 결의 2375호에서 이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하고,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공해상 환적을 통해 물품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석탄이나 유류와 같은 금지 품목을 거래하지 않더라도 선박이 물품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의미입니다.
VOA는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달에만 최소 6건, 지난 4월 이후 16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번 2건을 더할 경우 북한 서해에서 확인된 환적 의심 사례는 9월 한 달 8건, 올해에만 18건으로 늘어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