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회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또다시 성과 없이 끝난 것과 관련해 미국 전직 관리들은 이들 국가가 안보리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이 ‘미국과 동맹들의 연합훈련 탓’이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f you’re going to blame someone for the current situation, all the blame is on North Korea because North Korea started this cycle of escalation and provocation and tension and the U.S. and the ROK are simply responding.”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현 상황에 대해 누군가를 탓해야 한다면 잘못은 오롯이 북한에 있다”며 “북한이 도발과 긴장 고조의 순환을 시작했고 미국과 한국은 이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사태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렸습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북한의 최근 발사를 주목하는 동시에 그 지역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연합군사훈련도 주목한다”고 밝혔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그 동맹들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했다”고 미한일 지도자들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억지 수단을 한반도와 그 지역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행동은 “평화의 붕괴에 기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 “I don't think it would be a stretch to say that China and Russia's behavior contribute to the disruption of peace. The joint military exercises are not only routine, but were necessary steps in response to the DPRK's provocations of late.”
수 김 연구원은 “(미한) 연합 군사훈련은 정례적일 뿐 아니라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Chinese and the Russians are now going back on their earlier position and they’re damaging the credibility of the Security Council by not supporting the previous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협조하지 않았던 과거의 입장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기존 안보리 대북 결의를 어기면서 안보리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집중됐던 2017년 당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4차례의 고강도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중∙러, 북한 ‘조력자’∙‘지지자’”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6일 VOA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조력자’ 내지는 ‘지지자’가 됐다며, 추가 대북 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협력했던 2017년과 달라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So the Russians and the Chinese see a closer relationship and a supportive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as being in their overall interests. Because to the extent that North Korea creates problems for the U.S. both the Chinese and the Russians regard that as a positive thing.”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자국의 전반적인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골칫거리를 만드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 모두 ‘긍정적인 일’로 여긴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못 본 척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북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가까운 미래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특히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전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형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제재회피 연루’ 중∙러 제재해야”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북한을 감싸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안보리는 더 이상 북한 행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실질적인 장소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유엔 밖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the tools necessary to address North Korea’s actions. They should start with addressing the revenue streams, starting with their export of coal and their continued export of laborers overseas. The next step would be if China and Russia want to protect North Korea in the Security Council while also violating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 themselves, the Biden officials should go after those companies, entities and especially banks in China and Russia that are aiding North Korea.”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 출신으로 제재 전문가인 루지에로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다룰 도구가 많다”며 “우선 북한의 석탄 수출과 해외 노동자 송출 등 수입원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북한을 보호하면서 대북 결의들을 스스로 어기길 원한다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북한을 돕는 은행과 기업들을 추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돕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에 대해 직접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를 모두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It depends on what they’re doing. In a lot of ways these are banks that are either not reviewing the transactions properly, or they’re part of the transaction chain to them, the method how they do it [would determine] whether it would be primary or secondary [sanctions], or not even just sanctions.”
북한과 직접 거래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제재를, 북한이 연루된 거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3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제재 대신 벌금을 물리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을 돕든지 아니면 미국 금융체계에 계속 접근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루지에로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제재 이외에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동맹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전략자산을 역내에 전개하며 역량을 과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현재 조치들은 모두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the steps the Biden administration is taking right now, in terms of providing reassurance to our allies and moving strategic assets into the region, demonstrating its capabilities, those are all the right things to be doing.”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나아가 “향후 미국 영토나 일본 영토를 향하는 미사일은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해 방어 차원에서 요격하고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북한에 알리는 방법도 미국과 일본이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도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효과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제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동맹의 강력한 결속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 “Sanctions will be required as part of an effective strategy in dealing with North Korea. But in addition, demonstrating alliance solidarity- including the high-level discussions, coordination, and joint military exercises and other demonstrations of will- are also important to convey a consistent message to the North Koreans about the consequences of their behavior.”
동맹간 고위급 대화와 조율, 연합 군사훈련 등은 모두 북한의 행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수 김 연구원은 “파괴적인 행동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도발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점이 북한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