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전직 관리들 “한국 적극적 북한 인권 제기 ‘환영’…북한 비핵화 위해서도 북한 인권 직시해야”


권영세(왼쪽) 한국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 등을 면담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권영세(왼쪽) 한국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 등을 면담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한국 정부가 최근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21일 VOA에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 제기하고, 특히 북한 억류자 문제를 거론하는 데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alking about the ensuring that the citizens of the Republic of Korea are returned from North Korea. I think that's such an important statement and an important initiative on the part of the Yoon administration. Not only do I like these issues, I just applaud these issues being put forth by the Yoon Administration.”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귀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윤석열 한국 정부의 아주 중요한 움직임이라는 평가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1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2명의 가족을 만나 국민의 석방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2013년 붙잡힌 김정욱 씨를 비롯해 김국기, 최춘길 씨 등 선교사 3명과 북한을 탈출해 한국 국적자가 된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씨 등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국민의 가족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은 또 최근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20일 유엔총회와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북한 신종 코로나 방역에 따른 인도주의 상황 악화, 탈북민의 안전 문제 등 북한이 민감해 하는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습니다.

또 한국 외교부는 한국이 현재 유엔총회에서 논의 중인 북한인권결의안 문안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

한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불참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한국의 변화는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North Korea will be very angered by that, and they will respond with some vitriolic commentary. But it's, I think, a very commendable sign from the Republic of Korea that the administration has put this forth in the United Nations.”

북한은 매우 분노하고 독설로 대응하겠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을 유엔에서 언급한 것은 매우 칭찬할 만한 신호라는 것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각각의 이유로 서로 다른 대북 인권 접근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NSC 조정관] “Obviously Moon Jae In was focused on improving North-South relations. And so Seoul deliberately avoided raising the human rights issue. I think the Yoon administration is frustrated that Kim Jong Un refuses to engage on North-South issues. And part of that frustration is raising the human rights issue.”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분명히 남북 관계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인권 문제 제기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 김정은이 대화를 거부하는 데서 좌절을 느끼고 그 좌절감의 일부분을 인권 문제 제기로 나타내는 것 같다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싫어하더라도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NSC 조정관] “The UN is a good forum for talking. But fortunately, it's just talking. Words at the UN don't worry me very much. I think the bigger concern is really deals with the military situation on the ground, although I think both sides are obviously trying to avoid any actual conflict.”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유엔은 좋은 토론의 장이라며, 남북 간의 공방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지상에서 군사적 상황이 더 큰 문제지만, 현재까지 양측은 분명히 실질적인 충돌은 피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세이모어 조정관은 덧붙였습니다.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과거 핵 문제만으로도 북한을 상대하기 어려운데 인권 등 추가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이 이번에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 “I came to believe that we would never have an agreement with the North that involve the abandonment of nuclear weapons, if the North did not see, in its future, a normal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I couldn't imagine a normal relationship between the US and the DPRK if the North Korean policy towards its own people did not change. So that's a long winded way of telling you that I think it has to be on the table.”

북한이 자국의 미래에서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 수립을 볼 수 없다면 핵 포기와 관련한 북한과의 합의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고 믿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국민을 대하는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미-북 간의 정상적인 관계도 결코 상상할 수 없다고 갈루치 전 특사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인권 문제 제기가 단기적으로 대북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 “Whether it's a good idea for the South to put it on the table now, this is a tactical question. Strategically I believe we have to engage the DPRK on human rights, but whether now is the right time? I just don't know.”

전략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게 맞다고 믿지만, 전술적으로 지금 한국이 인권 문제를 대화 주제로 올리기 적절한 시기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적절한 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human rights of 25 million people in the DPRK, it's an important issue. But it's been long overdue that we haven't really been talking about human rights the way we should be talking and maybe this is, maybe this is the page we're turning now.”

북한 주민 2천500만 명의 인권은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 문제가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됐어야 했다며, 미국과 한국이 그동안 인권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은 만큼 어쩌면 지금이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