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리시 수낙 전 영국 재무부 장관이 차기 영국 총리로 결정됐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당 핵심 지도부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예상대로 당 총서기에 재선출됐고, 최고 지도부에는 시 주석 측근들로 채워졌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더티밤(dirty bomb)’ 도발을 준비 중이라고 러시아가 주장했는데요.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허위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영국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차기 영국 총리가 결정됐군요?
기자) 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차기 보수당 대표와 총리가 될 것이라고 24일 발표했습니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집권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데요. 찰스 3세 국왕이 보수당 대표가 된 수낙 전 장관을 곧 총리로 임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보수당은 이날(24일) 새 대표 후보군을 두고 투표할 예정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표 경선에 나오려면 사전에 의원 100명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수낙 전 장관만 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대표 경선이 불발된 셈인데, 원래 수낙 전 장관 외에 과거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 그리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하지만, 존슨 전 총리는 자신이 더 이상을 당을 단합시키지 못할 것 같다면서 23일 저녁 경선 출마를 포기한다고 발표했고요. 모돈트 원내대표는 경선 진출에 필요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자 24일 수낙 전 장관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출마 의사를 접었습니다.
진행자) 차기 영국 총리가 될 수낙 전 장관이 나이가 상당히 젊죠?
기자) 네, 올해 42세로 지난 1812년 이래 영국에서 가장 어린 총리입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43세에 총리 자리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영국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된 사람은 윌리엄 피트 총리로 지난 1783년 총리에 취임할 때 겨우 24세였습니다. 수낙 전 장관은 또 현대 시기에 들어서 하원의원이 된 후 가장 빨리 영국 총리가 되는 기록도 세우는데요. 그는 의회에 입성한 뒤 겨우 7년 만에 총리가 됩니다.
진행자) 나이뿐만 아니라 수낙 전 장관이 다른 기록도 세우게 됐죠?
기자) 네.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으로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되는데요. 수낙 전 장관 부모는 지난 1960년대 인도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입니다. 그러니까 수낙 전 장관은 인도계 영국인인데요. 그래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수낙 전 장관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는 등 인도 쪽에서 수낙 총리 낙점을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수낙 전 장관의 이력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1980년 영국 남부 항구 도시인 사우샘프턴에서 태어났고요. 윈체스터 칼리지와 옥스퍼드대학, 그리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학업을 마친 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15년 영국 요크셔 지역을 지역구로 하원의원에 당선됐고요. 2020년에는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수낙 전 장관은 부인과 함께 재산이 약 8억 달러에 달하는 등 영국에서 가장 부자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데요. 부인이 첨단 기업 창업주의 딸로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곧 총리가 될 수낙 전 장관 앞에 만만치 않은 현안이 놓여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폭증한 정부 부채를 줄이고, 또 침체로 향해 가는 영국 경제를 살려야 하는 등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수낙 전 장관도 차기 총리로 결정된 뒤 연설에서 “우리가 엄청난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우리는 지금 안정과 통합이 필요하며 당과 영국이 함께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곧 자리에서 물러날 리즈 트러스 총리가 바로 수낙 전 장관이 연설에서 언급한 경제적 도전들 탓에 낙마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러스 총리가 여러 경제 현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매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러자 여론이 급속하게 나빠지면서 결국 취임한 지 겨우 6주 만에 사임한다고 지난주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쪽에서 영국 차기 총리 결정에 대해 언급했나요?
기자) 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곧 총리가 될 수낙 전 장관과 며칠 내로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24일 밝혔습니다. 한편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에 수낙 전 장관에게 축하한다면서 EU와 긴밀하게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은 중국 소식입니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가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는데요. 중앙위원 약 200명, 후보위원 약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의 핵심 최고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이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 총서기로 재선출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 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공산당 최고위직인 총서기로 다시 선출됐습니다. 사실 시 주석의 재선출은 이미 널리 예상됐던 일이고요.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됐었습니다.
진행자) 나머지 6명은 누가 됐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당서기입니다.
진행자) 상무위원 면면을 보니 대폭 물갈이가 된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를 제외한 4명이 교체됐습니다. 이번 1중전회를 앞두고, 적어도 19기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서 4명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6명 가운데 4명이 새롭게 권력의 최상층부인 상무위원에 진입했습니다.
진행자) 상무위원 명단에서 빠진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기자) 리커창 총리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한정 부총리 등 4명이 제외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상무위원장직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상무위원직에서 탈락하면서 은퇴 수순을 밟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중국의 새로운 총리는 누가 됩니까?
기자) 통상 중국 공산당은 당 대회를 마치고 시작하는 새로운 기수의 중앙위원회 첫 번째 전체회의(1중전회) 첫날 회의에 권력 서열 순서대로 입장하는데요. 이날 시진핑 주석에 이어 리창 상하이 당서기가 입장함으로써 새로운 2인자가 됐음을 알렸습니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당의 권력 서열 2위가 정부 격인 국무원의 총리직을 맡아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리창 당서기가 새로운 총리가 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에서는 내년 봄, 중국 최대 정치행사라고 할 수 있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른바 ‘양회’가 열리는데요. 이때 시진핑 당 총서기는 국가주석으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는 총리로 선출될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나머지 요직은 어떻게 채워질까요?
기자) 관례상으로 볼 때, 당 서열 3위로 입장한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중국의 의회격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자오 서기와 함께 상무위원에 남은 왕후닝 서기는 정협 주석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상무위원에 합류한 차이 베이징 당 서기는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 판공청 주임은 국무원 부총리, 리시 광둥성 당서기는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6인의 상무위원 모두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들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20기 상무위원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한 부류는 시 주석이 과거, 저장성과 상하이시 당서기를 맡았을 때 함께 일했던 이들, 또 한 부류는 2012년 시 주석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이래 핵심 영역에서 함께 일한 최측근들인데요. 일찌감치 최고지도부 입성 또는 잔류가 예상됐던 인물들입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로써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집단지도체제는 중국의 독특한 정치 제도죠?
기자) 그렇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권력의 쏠림을 막고 공정한 정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7인에서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대표되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3기 최고지도부가 시 주석 측근 일색으로 구성되면서 이제 시 주석 1인 중심의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최근 폐막한 당 대회에서 눈길을 끄는 일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20기 1중전회에 앞서, 지난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이 있었습니다. 5년마다 열리는 당의 최대 행사인데요. 이날 폐막식 행사에 참석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회의 도중 갑자기 수행원들에 의해 대회장을 나가면서 여러 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 주석의 전임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재임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이날 폐막식에서 공산당 최고지도부 자리, 즉 시 주석의 바로 옆에 앉아 있었는데요. 후 전 주석은 처음에는 마다하다가 할 수 없이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후 전 주석은 나가면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넸는데요. 시 주석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하는 모습인데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후 전 주석은 왜 갑자기 나간 겁니까?
기자) 중국 정부는 후 전 주석의 몸이 불편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시 주석과 껄끄러운 사이인 후 전주석을 강제 퇴장시킨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반면, 시 주석의 인선에 불만을 품은 후 전 주석이 모든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인 일이라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 당국의 검열로 중국 인터넷에서는 관련 기사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더티밤(dirty bomb)’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러시아가 주장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23일,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국방장관과 잇따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더티밤’이라는 게 뭐죠?
기자) 네. ‘더티밤’은 방사능 물질을 퍼뜨리기 위해 기존의 재래식 폭탄을 이용한 무기입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더티밤은 대개 사람을 죽이거나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만큼 충분한 방사능을 방출하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공포를 조성하고 일대를 오염시키며 막대한 피해를 야기합니다. 이에 비해 핵폭탄은 수백만 배의 강력한 폭발력을 갖는다고 NRC 측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쇼이구 장관은 이날 해당국 장관들에게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다만 우크라이나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고 통제되지 않는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같은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러시아의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며 공격의 빌미를 조작하는 군사적 수법을 말하는 용어입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23일) 트위터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미국도 이 같은 판단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러시아의 허위 정보전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트위터에서, 두 사람 모두 러시아가 가짜 깃발 작전의 일환으로 ‘더티밤’이라는 허위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를 끝내기 위한 미국의 지원 노력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23일) 밤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더티밤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은 러시아가 이미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누구든지 유럽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건 오직 하나의 출처밖에 없다면서, 바로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도록 명령한 사람”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했습니다.
진행자) 쇼이구 장관과 통화한 나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미국 국무부와 영국과 프랑스 외무부는 23일 늦게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지원을 다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자국 국방장관들은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대화에서, 러시아의 분명한 거짓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특히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쇼이구 장관은 며칠 새 두 번이나 통화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5개월여 만에 전화 통화한 데 이어, 23일 또다시 통화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침공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재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