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가 대규모 연례 핵전쟁 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친중국 성향을 가진 한 온라인 운동이 최근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을 강화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핵전쟁 훈련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6일부터 러시아의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25일, 러시아로부터 핵전쟁 훈련을 시작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롬’이 연례 훈련인가요?
기자) 네. ‘우레’라는 뜻을 가진 그롬 훈련은 통상 매년 10월 말에 시작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이번이 두 번째 훈련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이례적으로 그롬 훈련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29일까지 진행되고요. 이번 훈련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훈련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로이터 통신도 과거 러시아가 ICBM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에도 ICBM 발사 훈련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가 미국 정부에 훈련 돌입 사실을 통보한 게 눈길을 끄는군요?
기자) 네. 두 나라 간에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체결돼 있는데요.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미사일 발사 등의 훈련을 할 때는 사전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실 미국과 서방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가 언제 그롬을 시작할지 주시해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그롬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이는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유 없는 침공과 무분별하게 핵 위협을 하고 있지만, 투명하게 공지해야 하는 군비 통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공지는 우리가 놀랄 필요가 없음을 확인시켜주고, 오해를 줄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유럽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일정으로, 나토의 연례 핵억지 훈련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벨기에가 주도하고 있는 올해 훈련에는 14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미 공군 B-52 전략 핵 폭격기와 4세대, 5세대 첨단 전투기도 투입됩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또 한 번 경고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 중, 러시아가 ‘더티밤’이나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면서 이른바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을 세우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은 그게 가짜 깃발 작전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은 매우 심각한,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더티밤’을 사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더티밤은 방사능 물질을 채운 폭탄으로, 핵무기급의 파괴력은 없지만 인체와 환경을 오염시켜 심각한 해를 끼치는 저위력 핵무기로 간주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이런 더티밤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핵 관련 기관 2곳을 지목했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런 주장을 자신들이 더티밤이나 핵무기를 이용하기 위한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다른 서방국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과거에도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계획한 것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유형을 보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다만 현재까지는 러시아가 핵무기나 더티밤을 배치하려는 결정이나 의도가 있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도 한 번 전해주시죠?
기자) 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게 지난 24일로 9개월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초 러시아가 쉽게 승리하면서 한 두 달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전쟁이 길어지고, 첫 번째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력, 수도, 에너지 등 주요 기간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시민들의 겨울나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발전 시설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에너지 당국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력망의 40% 정도가 파손됐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겨울철을 맞아 전력 소비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계속 강제적 순환 단전 조처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내년 봄까지는 귀국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에너지 사정 때문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5일국영 TV 연설에서, 외국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돌아온다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이미 위태로운 전력 공급 상황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면서, 귀국하려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돌아오는 것은 그 자신과 자녀, 힘없는 친척들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외국에 나가 있는 우크라이나인은 얼마나 될까요?
기자)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약 770만 명이 유럽 전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우크라이나 인구는 약 4천400만 명인데요.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국민 약 20%가 유럽으로 나간 셈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군이 25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근거지에 대한 기습 공격을 단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적어도 6명이 사망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전쟁범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요. 현지 주민들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가두시위를 벌였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에는 무장세력이 여럿 있는데요. 어떤 단체입니까?
기자)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번 기습 작전은 ‘사자굴(Lion’s Den)’이라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자굴’이라는 이 무장단체는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 지역을 중심으로 출현한 신생 무장단체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을 단행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격은 25일 0시가 지난 직후 이뤄졌는데요. 이스라엘 병력은 사자굴의 근거지이자 임시폭발물 실험장소인 아파트를 기습해 폭파하고, 저항하는 무장대원들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사망한 사람들은 모두 사자굴 소속 대원인가요?
기자)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나블루스 기습 과정에서 5명이 사망했고요. 라말라 북부 ‘나비살레’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실탄에 6번째 인물이 사망했는데요. 이들 가운데는 무장단체와 무관한 민간인도 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의 이런 기습 작전이 종종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도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데요. 대테러작전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대한 기습 작전을 종종 벌이고 있습니다. 올들어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적어도 110여 명에 달하는데요. 이는 지난 2006년, 130여 명이 사망한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기습 작전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자굴의 테러 실험실은 심각히 훼손됐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예닌과 나블루스 등지에서 활동하는 테러 세력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당국의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미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민간인을 겨냥한 ‘전쟁범죄’라고 규탄하고 미국이 개입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해방전선(PLF)은 25일, 이에 항의해 요르단강 서안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총파업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에서 곧 총선이 있다고요?
기자) 네. 11월 1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총선이 실시됩니다. 극심한 정치 분열 속에 3년 반 새 5번째 치러지는 총선인데요. 최근 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제1야당인 리쿠드당과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 당을 중심으로 여론이 모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당이 1위를 차지한다 해도, 정치색과 추구하는 이념이 서로 제각각이어서 총선 후 연정 구성에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26일에는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 정상은 이날(26일) 회담에서 이란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 핵 개발, 그리고 반정부 시위 탄압 등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듣겠습니다. 친중국 성향의 한 온라인 운동이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을 최근 확대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인 맨디언트가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중국과 연계돼 있는 온라인 운동인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가 노골적으로 중간선거 불참을 유도하는 등 미국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과 약화를 목적으로 한 활동을 확대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행자) 드래곤브릿지가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을 강화했다는 건데, 이게 중국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보고서는 명확하게 드래곤브릿지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적 이해를 지원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동맹인 이 허위 정보 전파 운동이 미국과 동맹 간, 그리고 미국 정치체제 안에 분열을 일으키려 시도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미국을 목표물로 삼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드래곤브릿지가 인터넷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했습니까?
기자) 네.드래곤브릿지가 지난 9월 인터넷에 영어로 된 영상을 올렸는데요. 이 영상은 오는 중간선거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미국 정부 기관들의 장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안고 있는 질병에 대한 해결책은 누군가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무능력한 체제를 뿌리째 뽑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또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미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사진을 보여주면서 미 의회의 생산성, 그리고 입법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현 미국 정치 체제를 불신하도록 유도하려는 내용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또 드래곤브릿지가 인종 갈등이나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한 서술을 통해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는데요.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미국 정치 체제를 목표물로 한 것은 그들이 점점 공세적인 주장을 내세울 뜻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이번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항목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이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들어가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폭파해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력국들이 손해를 봤다는 가짜 뉴스입니다.
진행자) 실제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서 누출 사고가 있었죠?
기자) 네. 미국과 유럽 나라들은 가스관 누출을 두고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드래곤브릿지는 가스관 사고가 유럽의 에너지 공급자인 러시아를 대체하기를 원한 미국의 ‘태업(사보타주)’에서 촉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 해커들이 미국 주요 정당의 전산망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는 소식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중국 해커들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본부 전산망을 해킹하려고 노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FBI가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강제 귀국,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사법기관 수사 관련 비밀정보 빼내기, 그리고 미국 내 간첩 포섭 등을 시도한 사람들을 최근 무더기로 기소했는데요. 이 가운데 10명이 중국 관리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