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제네바 안보정책센터가 11월 개최 예정이었던 동북아 안보 반관반민 회의를 내년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까지 이 회의에 참석했던 북한이 대표단을 보낼 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민간단체인 제네바 안보정책센터는 27일 VOA에 “다음 ‘체르마트 안보회의’ 개최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적당한 회의 날짜를 확정하기 위해 관련자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보건 상황 등에 따라 2023년 개최가 유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제네바 안보정책센터] “No date has yet been set for the next Zermatt Roundtable. We are currently in consultations with relevant actors to ascertain a suitable date for the meeting. It is likely to be held in 2023, depending on the global health situation and other factors.”
제네바 안보정책센터는 지난 4월 VOA 에 제9차 체르마트 안보회의를 11월에 1.5트랙 형식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체르마트 안보회의’는 제네바 안보정책센터가 2011년부터 스위스 정부와 공동으로 동북아 안보를 주제로 개최한 반관반민 회의입니다.
[제네바 안보정책센터] “In the past, the Zermatt roundtable has included experts from the U.S., China, Russia, Japan, the Republic of Korea, the DPRK, Europe and elsewhere. We hope that many of these countries would again be represented in the next round. At this stage it is not possible to speculate who specifically would be included in delegations.”
제네바 안보정책센터는 27일 VOA에 “과거 체르마트 안보회의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 유럽 등지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에 이들 나라 중 대다수가 다시 참석하길 기대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누가 구체적으로 대표단에 포함될 지 추측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과의 최근 협력이나 대화에 관해 알려달라는 VOA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을 했습니다.
[제네바 안보정책센터] “We have an ongoing interaction with countries involved in the Zermatt roundtable, in line with the organization’s mandate of promoting international security.”
“국제 안보를 증진한다는 목표에 따라 체르마트 안보회의에 참여하는 국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고 제네바 안보정책센터는 밝혔습니다.
체르마트 안보회의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대면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회의로 열렸습니다.
북한은 2018년까지 이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지난해 온라인으로 재개된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체르마트 안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최 부국장은 과거 6자회담과 실무회담에 참석했으며, 미국 언론과 인터뷰나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핵문제와 대미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외교부 부국장급과 전문가가 참석해 남북 관리들의 접촉이 이뤄졌으며, 중국, 일본 관리도 참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가 참석한 바 있습니다.
2018년 9월 스위스 글리옹에서 열린 체르마트 안보회의에 참석한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27일 VOA에 당시 북한 대표단 중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 소속 젊은 관리가 회의 참석자들과 활발히 토론을 벌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 North Korean side was represented by a relatively young official in the Foreign Ministry’s so-called Institute for Peace and Disarmament. He was quite capable. He knew what he was talking about. He was able to engage. He wasn’t the old kind of style of North Korea official who just read talking points. It’s not that he had a great deal of flexibility but I was impressed by his ability to debate the Americans and others in the room.”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옛 북한 관리들처럼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했다”며 “크게 유연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인들을 비롯해 다른 참가자들과 토론을 벌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상깊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협상 진전 방안을 제시하자 일정 부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즉각 추진하겠다는 반응은 아니었지만 제안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회의에 북한에서는 외무성의 미국 담당 관리 4명, 미국에서는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등 전직 관리와 전문가 3명이 참여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이런 비공식 접촉이나마 북한 관리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