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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전문가 “미한일 정상 ‘한국인 억류’ 제기 긍정적”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과 국제인권단체들은 지난 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미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납북자와 한국인 억류자 문제가 언급된 데 대해 매우 긍정적 신호라며 반겼습니다. 자국민의 안전 없이 남북 관계 개선도 힘들다는 한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시사한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미한일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납북자와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달리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과 인권 문제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공동성명을 통해 더욱 분명히 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y are now changing that position and basically indicating that improved relations with South Korea will only take place with attention to the protection of South Korean citizens held in North Korea. So it's a turnaround of policy.”

코헨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과거 미북 정상회담 등에 앞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주요 조건으로 내세운 것처럼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을 높은 우선순위로 내세우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3국 정상은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혀 3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한국인 억류자 문제가 포함됐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3국 정상이 두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 문제들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란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의미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미한일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납북자와 한국인 억류 문제를 제기한 것을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이는 미국이 북한에 의해 강제 납치된 사람들을 다루는 데 있어 일본, 한국과 함께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 “I think it's a very positive sign. I think it indicates that the United States is working together with both Japan and with South Korea, on dealing with persons who've been forcibly abducted by the North Koreans. But I think the most important part of this message is that it's a growing indication of better relationships between Japan and South Korea.”

킹 전 특사는 특히 이 메시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일 관계가 계속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 워치 등 세계 주요 국제인권단체들도 이번 공동성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의 장보람 아시아 담당 조사관은 14일 VOA에 보낸 공식성명에서 3국 정상이 두 문제를 제기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 단체가 이 문제들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성명] “Amnesty International has been calling on North Korea to make official and conclusive information on the fate and whereabouts of all persons who have been subjected to abduction or enforced disappearance. The North Korean government must ensure that all those who have been subjected to abduction or enforced disappearance can, if they wish, leave North Korea unless they are charged with a recognizable criminal offence consistent with international law.”

장 조사관은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에 의해 납치 또는 강제 실종된 모든 사람들의 생사와 행방에 대한 공식적이고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부는 납치 또는 강제 실종을 당한 모든 사람이 원할 경우 국제법에 부합하는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 한 북한을 떠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장 조사관은 또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들은 출국할 권리뿐 아니라 국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박탈당한다”면서 납치 피해자들이 북한에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 여러 불이익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도 이날 VOA에 보낸 공식 성명을 통해 미한일 정상이 납북자와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과 양자 간 노력을 통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려던 일본의 노력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미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를 긴급 안건으로 제기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은 북한의 납치 행위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두 국가로서 공동의 목적을 찾아야 하고, 미국은 이들 동맹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과 납치 문제의 완전한 해결 필요성을 불러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성명] “Japan and South Korea should find common cause as the two nations most affected by North Korea’s abduction practices, and the US should work hard to bring further international support to this alliance, and the need for full resolution of the abduction issues. One hopes that this statement marks that start of a wider international effort to demand North Korean accountability for the many persons they have abducted over the years,”

로버트슨 부국장은 또 “이번 공동성명이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사람을 납치한 데 대한 책임을 북한에 요구하기 위한 광범위한 국제적 노력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당국이 억류 중 사망한 납북자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여전히 억류 중인 납북자를 석방하라는 공동의 압박 캠페인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성명] “which should take the form of a concerted pressure campaign for Pyongyang to release those it still holds while also providing full information about any abductees who died while being held. North Korea should also provide compensation to those they abducted and their families for the horrible injustice they have suffered.”

이어 “북한은 또한 납치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 겪은 끔찍한 부당함에 대해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달리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부 본연의 의무를 다시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He is more dedicated to safeguarding the human rights of South Koreans. He was elected by the people of South Korea to look after the interests of the people of South Korea, to protect the people of South Korea. So this is a very natural progression.”

스칼라튜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더욱 헌신적”이라며 “그는 한국 국민의 이익을 돌보고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국민에 의해 선출됐기 때문에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진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미 북한 인권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두 문제가 유엔에서 더 자주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달리 납북자 문제가 수많은 남북관계 의제 중 하나인 만큼, 이를 강력히 제기하는 데는 복잡한 변수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15일 VOA에 미한일 정상이 납북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매우 감개무량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최성룡 이사장] “처음이에요. 처음으로 특히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우리 납북자 문제가 거론됐다는 것은 처음이면서 이 문제를 앞으로 더욱 일본하고 함께 크게 거론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족 대표로서 일단 좋은 출발이라고 봅니다.”

최 이사장은 앞서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에 참석해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주도하는 국가로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납치 피해자 가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한국전쟁 중 북한에 납치된 전시 납북자는 10만여 명, 전후 납북자는 총 3천 835명 가운데 516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채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는 현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등 한국인 기독교 선교사 3명 등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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