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일본 정상이 발표한 ‘프놈펜 공동성명’은 북한의 고조된 핵 위협에 대응한 세 나라의 강력한 공조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세 나라의 대북 군사 협력이 한층 더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세 나라 정상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자 회담에서 채택한 ‘인도태평양 미한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한 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세 정상은 그러면서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철통같다”며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핵 위협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세 나라 정상이 공식회담을 함께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특히 확장억제 강화를 명문화함으로써 미군 전략자산의 동북아 전개와 미한일 합동군사훈련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렇게 성명에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공약이 강력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은 앞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반도와 일본 이 지역에 전략자산 전개라든지 북한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돼요.”
또 확장억제 수단에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명시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저위력 핵 공격에 대해 핵 보복을 기피할지 모른다는 한일의 우려나 북한의 오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일이 이번 성명에서 재차 밝힌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공약에 대해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부분 비핵화나 핵 군축 협상은 안 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세 정상은 특히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북한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와 평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키로 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한일 간 이전에 없던 협력체계라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현재로서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하지만 이게 발전하면 탐지 식별에 대한 정보 공유, 나아가서는 요격에 관한 것까지도 한미일이 서로간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한 억제 대응 능력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나라 정상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키로 한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 태평양 괌과 하와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한국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14일 정례브리핑에서 “3국이 협력하게 되면 조금 더 정확한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어느 일방이 유리한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3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한일 정보공유약정 즉 티사(TISA)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와 같은 미사일 대응 협력체계가 있지만 티사는 한일이 미국을 경유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고 지소미아는 요청이 있을 때 정보를 주고받는 식이어서 모두 실시간 공유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또 그동안 지구 곡률에 따른 레이더 탐지 가능 범위를 고려할 때 북한 미사일 발사 시 원점과 방향, 단거리 미사일의 궤적 등은 한국에서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지만 태평양으로 향하는 중거리 이상급은 일본에서 정밀하게 탐지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있어왔습니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키로 한 이번 합의는 그동안 사실상 제 기능을 못했던 지소미아의 정상화, 나아가 한일 간 군사 협력 확대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소미아는 한일 두 나라가 일제시대 강제징용 문제와 수출 규제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효력과 법적 지위 측면에서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져 왔습니다.
한일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두 나라 정상이 13일 프놈펜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건 북한이 한일을 모두 위협하는 연쇄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이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히 최근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갔거든요. 그러면서 일본 내부에 위기감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고 기시다 정부로서도 북 핵 대응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또 바이든 정부는 지금 강력한 억제에 방점을 둔 북 핵 해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배경이 기시다 총리가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동기가 됐다고 이렇게 봐야겠죠.”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프놈펜에서 열린 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북한이 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지역 평화를 깨는 북한의 도발에 아세안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겁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우회적으로 담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만을 위협하는 안보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고도화됐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경계심을 경각시키고 지역 협력을 유도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중국에 역내 안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권하는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아세안 정상들이 회의에서 “국제사회와 유엔 규범을 거스르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하루속히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멈추고 비핵화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