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렛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때문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더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하려고 시도할 의무를 중국이 가졌다는 점을 시 주석에게 명확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ll, first of all, it’s difficult to say that I am certain that — that China can control North Korea, number one. Number two”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지렛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중국은 북한의 최대 정치적, 군사적 후원국이자 동맹국입니다.
1961년 7월 중국과 북한이 맺은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은 “한 쪽이 무력침공을 당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긴밀한 소통채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을 쥐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무역고는 7억1천만 달러인데, 이 중 95%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석유 공급도 90% 이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2020년 기간 매년 400만 배럴 이상의 기름을 수입했습니다.
이 중 원유는 북-중 지하 송유관을 통해, 그리고 휘발유와 디젤유 등 정제유는 중국이 개입된 불법 해상 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활필수품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이 사용하는 밀가루, 담배, 식용유, 설탕, 비료, 의약품, 의류 등 소비재를 중국에서 수입해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끊어졌던 북-중 교역은 9월부터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오가는 북-중 화물열차를 통해 재개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시 주석이 이같은 대북 지렛대를 활용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고 비핵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이 곤혹스러워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북 지렛대를 사용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중국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습니다. 결의안은 북한의 광물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석유 수입 규모는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중국을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논설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비열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붉은선(레드라인)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압박이 중국에 딜렘마를 안겨준다고 말합니다.
과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사용할 경우 북한이라는 친구를 읽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f you use it you destroy your friend, it’s tough thing for them.”
실제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경우 북한이 강력 반발하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양국 관계만 악화됩니다. 또 비핵화가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게다가 대북 제재나 압박을 장기화할 경우 북한 경제가 붕괴해 수많은 탈북 난민이 중국 동북3성에 몰려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중국만 북한에 지렛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중국에 지렛대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미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를 동해에 보내 미-한, 미-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9월 28일과 29일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떠 있는 해상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중국이 북한의 이같은 도발을 긍정적으로 봤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China is not happy when you see influx of American naval power. Probably China view them favorably.”
현재 미국과 중국은 대북 제재를 놓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주류는 ‘중국 책임론’입니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 않고 또 북한을 미국과의 완충지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겁니다.
이런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을 꼽을 수 있습니다.
폼페오 전 장관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 공산당은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는 것에서 이득을 얻고, 또 북한을 미국과의 완충지대로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전 장관] “The Chinese Communist Party benefits from chairman Kim continuing to hold his nuclear weapons. They know that, Xi Jinping knows that.”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폼페오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그럼 왜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했겠냐 하는 것이지요. 폼페오 장관의 말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함을 감추려는 것이지, 결코 중국이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북한의 핵 무장을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시각도 다릅니다. 중국도 대북 제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재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미북 양국이 핵과 미사일 시험과 미-한 연합훈련을 동시 중단하는 ‘쌍중단’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함께 추진하는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심사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한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여부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안별로 다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은 북한이 지금처럼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미사일을 쏘는 것은 용인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17일과 18일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쐈고 중국은 이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반면 핵실험에 대해서는 베이징이 부정적인 신호를 평양에 보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B-52와 F-35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한데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추가 방위력 강화’를 공언했습니다. 한결같이 중국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과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이런 조치로 중국의 셈법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교수] “If we follow through on the American side with some of these”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려 북한 문제를 논의했지만 한반도 상황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