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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고위관리 “강력한 미한동맹, 생산적 한중관계 양립 가능…‘제로섬’ 아냐”


에드가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29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대담에 화상으로 참여해 기조연설을 했다.
에드가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29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대담에 화상으로 참여해 기조연설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도 한국이 두 나라 모두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백악관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한국이 국제적 역할을 확대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드가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한국이 미국, 중국과 맺는 관계가 한 쪽을 얻으면 다른 쪽을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케이건 국장은 29일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기술협력과 지역∙국제 경제협력 등 더 많은 현안을 다루는 강력하고 현대화한 미한동맹과 생산적인 한중관계는 양립할 수 있다고 미국은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케이건 국장] “From a U.S. perspective, we do not believe that it is incompatible to have a strong U.S.-ROK alliance that covers more issues that is modernized, that expands our ability to work together in areas like technology, areas like economic cooperation regionally, as well as in specific regions in the Indo-Pacific and global, we don’t believe that is incompatible with the ROK having a productive relationship with the PRC.”

케이건 국장은 이어 “우리는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으며, 한국에게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라고 말하는 위치에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관계의 진정한 힘은 공통의 이해관계와 지역에 대한 공동 비전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세계와 역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한국의 입장을 매우 명확히 밝히는 게 중국과 더 강력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더 쉽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케이건 국장은 한국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모든 국가들이 중국과 최선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적절한 도구와 접근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무역 다변화 노력을 기울였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이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케이건 국장은 또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이건 국장] “I think that the ROK situation is however different because of the importance and challenge of the DPRK and China’s role with the DPRK. And I think that creates a slightly different dynamic for the ROK which adds both complexities but also opportunities for the U.S. and for the ROK.”

케이건 국장은 “북한의 도전과 북한 문제에서의 중국의 역할 때문에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과 한국 모두에 복잡성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책 접근법 또한 한중 관계에서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케이건 국장은 한국과 미국이 과거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특히 미한일 3국 정상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 주목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서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지지하는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미한일 세 나라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케이건 국장은 공동성명이 다룬 분야들을 살펴보면 세 나라가 매우 강력한 공통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케이건 국장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와 탈탄소 관련 핵심 기술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국제적으로 IRA의 주요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9일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미중 경쟁 속 한국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29일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미중 경쟁 속 한국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미국과 동맹들, ‘대중국 정책’ 동조”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상무부 중국 선임고문은 이날 대담에서 한 달 전 한국을 방문했다며 “한국의 고위 경제와 안보 관료들이 발신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한국이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들, 아시아 강국들과 연대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코노미 고문] “I thought that the dominant message that emanated from the most senior economic and security officials was that South Korea is moving aggressively toward greater alignment with the U.S. and other major European and Asian powers.”

이어 “한국은 타이완을 지원하는 데 있어 일본, 미국과 완전히 함께할 준비는 안 됐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균열되지 않는 선에서 지원을 확대하는데 관심이 있어 보였다”고 이코노미 고문은 말했습니다.

또 효과적인 대북 전략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관심을 한국 관리들이 거듭 촉구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코노미 고문은 향후 1~2년간 미국과 미국의 주요 민주주의 동맹들과 협력국들의 대중국 정책 방향이 재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무역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기술과 우주 분야에서 관계를 끊고(디커플링)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집단적인 대응을 모색하며,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을 줄이고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적 가치와 관련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이코노미 고문은 말했습니다.

“한국 등 동맹들에 ‘타이완 유사’ 현안으로 떠올라”

‘미중 경쟁 속 한국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에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할 브랜즈 국제관계학 교수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 등 동맹들에 대해 타이완 유사시 지원 의사를 더욱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동맹들이 연대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해야 중국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억제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브랜즈 교수] “So my bottom line is that I think the intensity and the urgency of U.S. conversations with key allies including the ROK are going to ramp up significantly and soon if they have not already done so. The U.S. is going to struggle to win a Sino-American conflict over Taiwan without stronger support from allies and partners, it may struggle to deter such a war if that support is not signaled in advance.”

브랜즈 교수는 “미국이 한국 등 핵심 동맹들과 이미 (타이완 유사) 관련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더욱 강력하고 긴박하게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맹의 미국 지원 의사가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강력히 발신되지 않으면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더욱 공격적이고 위험한 중국에 대응하는 방법을 두고 요즘 워싱턴에서 서로 경쟁이 붙었으며, 전쟁에 대한 부정확한 이야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교수] “I hope we’re not creating our own problem here by being overly reactive to China’s actions… we don’t want the strategic competition to become strategic adversaries. That is a real danger”

와일더 교수는 “우리가 중국의 행동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전략적 경쟁관계가 전략적 적대관계로 변하게 되면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관여를 유지해야 한다며, 중국에만 집중하지 말고 동아시아의 또 다른 문제인 북한 문제에도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라시아 그룹의 애나 애슈턴 중국 국장은 “오늘날 워싱턴에서 유일하게 중국 문제에서만 초당적인 의견 일치가 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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