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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중대범죄 혐의 탈북민 강제북송 방지 법제화 추진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 통일부.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 통일부.

한국 정부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중대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에 대해 한국에서 수사를 받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대범죄 혐의만으로 북한에 바로 송환하지 않고 헌법 상 한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중대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이 입국을 시도할 경우 통일부 장관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7일 입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은 “통일부 장관이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 국제 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 중대범죄자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와 정착지원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수사 의뢰를 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문재인 전임 정부가 2019년 탈북 어민 2명의 강제북송을 결정할 때 이들이 어선에 함께 타고 있던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임에도 망명을 받아주면 마땅한 처벌 수단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 데 따른 보완 조치로 보입니다.

지난 1997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항공기 납치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 형사범죄자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대해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현행법상 망명 의사를 밝힌 탈북민은 한국 정부로부터 국내 정착에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도록 돼 있지만 이런 결격 사유가 있으면 보호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중대범죄 혐의가 있는 탈북민을 수사 의뢰하고 사법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한국에선 중대범죄 혐의를 받은 탈북 어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북송 조치가 헌법 상 한국 국민으로서의 이들의 지위보다 남북관계를 고려한 당시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이번 입법예고가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탈북민들의 한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중대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당한 절차로써 재판을 받고 또 그런 과정 등을 통해서 판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탈북민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그런 의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내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한국 사법당국의 수사활동의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법개정 추진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는 법률적 허점들을 채워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 교수는 그러나 개정안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재천 교수] “현실적으로 탈북민이 북한에서 저지른 중대범죄를 한국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사를 할 수 없는 그런 한계가 분명히 존재할 것 같고, 그리고 중대범죄에 대한 범위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개념화,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개정안엔 자칫 수사 의뢰에 사법 전문가가 아닌 통일부 장관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허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탈북민 초기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잡히면 검찰에 통보해 사법당국이 개입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개정안은 또 “통일부 장관이 제3국, 육상, 해상 등을 통해 국내로 온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의사 즉 망명의사를 확인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또한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탈북민의 망명 의사의 진의 여부가 논란이 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에선 그동안 망명 의사의 개념과 확인 절차 등을 놓고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탈북민이 3국을 통해서든 한국으로 직접 들어오든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가 이들을 1차적으로 조사했고 정작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탈북민 초기 조사와 확인 절차에 대한 책임 소재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게 개정안의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들어올 때 그 사람들의 의사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체제를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고요. 최근에 보면 탈북민과 관련된 게 정치적으로 또는 다른 차원에서 제대로 됐느냐 이런 논란이 있는데 그런 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과 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중대범죄자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탈북민 보호를 강화하고자 개정을 추진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내년 1월 16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한 뒤 규제심사 등 입법 절차에 착수하고 내년 3월께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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