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 훈련장에 예년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과거 열병식 직전에나 동원됐던 규모의 병력이 훈련 초기부터 현장을 메우고 있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20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선 훈련장 중심부를 가득 채운 병력 대열을 볼 수 있습니다.
위성사진에는 사각형 점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런 대열이 무려 43개에 달합니다.
각 대열에 도열한 병력을 최소 50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추산해 온 만큼, 이날 훈련장에는 최대 1만 2천여 명의 병력이 운집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훈련장에 병력과 인파가 처음 포착된 건 지난 6일입니다. 이후 이 일대에 병력과 차량이 점차 늘기 시작하더니 2주일 만에 최대 규모의 병력이 집결했습니다.
훈련 초기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이 일대에 모인 건 이례적입니다.
통상 북한은 열병식을 약 두 달 앞둔 시점부터 훈련에 돌입하고 이후 병력과 차량을 차츰 늘려가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런 관행 때문에 훈련 초기엔 현재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병력이 훈련장에서 관측돼 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진행된 열병식의 경우 준비 정황이 처음 포착된 2월엔 10개 미만의 대열이 운집했고, 이후 3월과 4월 초까지도 20개가 조금 넘는 병력 대열이 훈련장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다 40개가 넘는 대열이 포착된 건 열병식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였습니다.
준비 초기엔 적은 병력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하다 점차 병력과 군용차량 등을 늘리는 방식인데, 올해는 병력 규모 면에서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북한이 열병식 훈련 초기부터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배경은 불확실합니다.
다만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열병식을 준비하거나, 실제 열병식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열병식 훈련장의 변화를 처음 포착해 보도한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내년 1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 혹은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열병식 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과거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반적인 열병식 준비 초기 시점과 유사한 면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열병식 개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김일성 광장에선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북한은 열병식을 약 한 달 앞둔 시점부터 김일성 광장에 주민들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해 왔습니다.
주민들이 들고 있는 빨간색 수술과 꽃이 이 일대를 붉게 물들이고 ‘김정은’ 혹은 ‘일심단결’과 같은 대형 문구를 만들었는데, 이런 모습은 위성사진을 통해 관측돼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김일성 광장에는 15일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또 열병식 훈련 기간이면 차량이 빼곡히 들어섰던 훈련장 북쪽 공터 두 곳도 현재는 한 곳에만 차량이 주차돼 있고 다른 한 곳은 제설 작업도 없이 방치돼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약 2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 당시 열병식에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14일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을 통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5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불리는 KN-23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정권 수립 기념일인 지난해 9월 9일 열병식은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신형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군 관계자는 이번 열병식 준비 정황 보도와 관련해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내년 북한의 정치 일정과 연계해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