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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금강 호텔 ‘하층지지대’ 사라져…37km 떨어진 항구서 발견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항 내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가 떠 있던 자리(사각형 안)가 비어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항 내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가 떠 있던 자리(사각형 안)가 비어 있다. 사진=Planet Labs

철거된 북한 해금강 호텔을 떠받치고 있던 하층 지지대가 최근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철거가 한참 진행된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던 지지대는 현장에서 37km 떨어진 북쪽 통천항에서 발견됐는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절하다”며 철거한 시설 일부를 ‘재활용’할 계획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고성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서 22일 큰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해금강 호텔이 해체된 뒤에도 남아 있던 하층 지지대가 이날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길이와 폭이 각각 95m와 30m인 이 지지부위는 물 위에 떠 있는 상태로 오랫동안 해금강 호텔 건물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3월 해금강 호텔에 대한 해체 작업에 돌입한 뒤 건물 상당 부분을 철거했지만, 하층 지지대는 일부 건물 잔해와 함께 방치돼 왔습니다.

수년 간 떠 있던 하층 지지대가 현재 위치에서 완전히 사라진 시점은 지난 19일 이후로 추정됩니다.

19일 자 위성사진에선 여전히 모습이 확인되는데, 20일엔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이 없고, 21일엔 고성항 일대가 구름에 가려 위성사진 판독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19일과 22일 사이 어느 시점 지지대마저 철거된 것으로 보입니다.

19일(왼쪽)엔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가 확인되지만 22일엔 같은 지점이 텅 빈 모습이다. 사진=Planet Labs
19일(왼쪽)엔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가 확인되지만 22일엔 같은 지점이 텅 빈 모습이다. 사진=Planet Labs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하층 지지대를 고정시켜왔던 물 속 구조물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다면서, 지지대가 사라졌다는 분석에 동의했습니다.

또다른 위성사진 분석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도 지지대가 철거된 게 맞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사라진 하층 지지대로 보이는 구조물이 원래 위치에서 북쪽으로 약 37km 떨어진 통천항 일대에서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슈멀러 선임연구원이 지목한 지점을 촬영한 22일 자 위성사진에선 해금강 호텔의 하층 지지대와 동일한 크기와 모양의 물체가 식별됩니다.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쪽으로 약 37km 떨어진 통천항에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로 추정되는 물체(사각형 안)가 보인다. 사진=Planet Labs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쪽으로 약 37km 떨어진 통천항에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로 추정되는 물체(사각형 안)가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슈멀러 선임연구원은 VOA에 “하층 지지대와 비슷한 크기의 부유물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를 이전 모습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지지대가 22일 통천으로 옮겨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슈멀러 선임연구원] “We compared the previous location with ports to a similar size or coastal areas that could support vessels or floating platforms like that of a similar size going North… And on the 22nd, the floating platform the hotel used to sit on apparently had been moved to Tongchon.”

북한이 해금강 호텔의 ‘마지막 잔해’인 지지대까지 들어낸 뒤 금강산 관광지구 일대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사실상 해금강 호텔의 철거도 최종 마무리됐습니다. 이 호텔의 해체 정황이 처음 포착된 시점을 기준으론 약 9개월 만입니다.

다만, 한국 측 자산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남은 구조물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해금강 호텔은 한국 현대아산 소유의 건물로 과거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0년 넘게 방치돼 왔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둘러보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 일행 뒤로 해금강호텔이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둘러보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 일행 뒤로 해금강호텔이 보인다.

이후 올해 3월 해금강 호텔에 대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으며, 4월엔 한국의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8개 숙소동이 해체됐습니다.

또 한국 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을 비롯해 한국 측 시설인 금강산 온정각과 고성항횟집 건물도 철거돼 현재 이들 부지엔 콘크리트 잔해만이 남아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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