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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연말기획] 2. 미한 동맹 심화와 확대…'안보 동맹'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


지난 5월 20일 한국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양국 기술 동맹과 공급망 협력 등에 관해 연설했다.
지난 5월 20일 한국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양국 기술 동맹과 공급망 협력 등에 관해 연설했다.

올해 미국과 한국은 전례 없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전통적인 ‘안보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 등 경제와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관계를 격상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은 사상 처음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미한일 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등 미국 주도의 글로벌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돌아보는 VOA 기획보도,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한 동맹의 심화와 확대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20일 미한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 찾은 곳은 한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부 전체주의 국가들이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공급망을 흔들려고 시도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가치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Critical component of how we will do that, in my view, is by working with close partners who do share our values, like Republic of Korea, to secure more of what we need from our allies and partners, and bolster our supply chain resilience.”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질서를 흔드는 세력에 맞서는 핵심 요소는 한국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들과 협력함으로써 우리가 필요한 것을 동맹과 파트너들로부터 더 많이 확보하고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튿날 열린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한 동맹을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기술동맹으로 격상하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윤 대통령도 이날 모두 발언에서 "오늘 회담은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양국이 어떻게 공조할 지를 논의하는 매우 유용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미한 관계가 기존의 안보 동맹을 넘어 기술ㆍ공급망ㆍ글로벌 측면에서 공조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방한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공장 건설, 시설 확장 등 다양한 대미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가치와 국제규범, 공급망 재편 등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출범 1년 만인 지난 2월에 이런 내용을 담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5월 출범한 윤석열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중립적 입장을 취해 왔던 전임 정부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체제에 참여하고 협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미국 주도의 다자간 경제 체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의 연합체 ‘칩4(CHIP4) 동맹 참여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체제들은 모두 중국을 배제한 채 역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경제 협력을 도모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부터 윤석열 한국 대통령,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지난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부터 윤석열 한국 대통령,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와의 협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26일 VOA에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더 많이 관여하는 쪽으로 이미 외교정책을 선회했다”면서 한국이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을 주최한 점, 미국의 IPEF에 참가한 점, 태평양 경제 안보 협력체인 ‘파트너스 인 더 블루 퍼시픽’에 참여한 점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The Yoon government has already begun shifting its foreign policy role to engage more strategically with other Indo-Pacific actors, including hosting the first summit meeting with the Pacific Islands, joining the US Indo-Pacific Econ Framework, and participating in the Partners in the Blue Pacific. China will inevitably be wary of ROK’s tilt towards Washington, but the Yoon government is making a calculated bet that by joining forces with other like-minded partners, it will stand a better chance of thwarting Chinese economic coercion and other potential threats.”

여 석좌는 “미국 쪽으로 향하는 한국의 쏠림 현상에 대해 중국은 불가피하게도 경계하겠지만 윤 정부는 생각이 비슷한 파트너들과 힘을 합친다면 중국의 경제 보복이나 잠재적인 위협들을 좌절시키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계산된 도박을 하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새로운 미한 관계가 더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국장] “In some ways I would argue that the new bargain is more sustainable than the old bargain because the old bargain was basically a pledge by the US to protect South Korea from primarily from North Korean aggression. And it was almost exclusively military. But this is a partnership that has both a security and an economic dimension and is theoretically global in scope.”

스나이더 국장은 기존의 미한 관계가 기본적으로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이었으며 이는 거의 대부분 군사적 성격이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미한 관계는 안보와 경제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졌고 이론적으로 국제적인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협력과 공조의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한국이 더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습니다.

특히 역내 가장 휘발성이 강한 이슈로 떠오른 타이완해협 문제에서 한국이 언제까지나 중국을 의식해 중립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타이완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존 헤밍스 퍼시픽포럼 외교안보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점점 한국으로부터, 군사 부문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과 관련해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헤밍스 퍼시픽포럼 국장] “I think we are moving in that direction, where the United States is going to hope that South Korean military elites and political elites are aware of how important Taiwan is to the US, the US ability to defend South Korea. And so if the United States fails in its mission to defend Taiwan, that will impact perhaps broader trust in the US alliance system right around the region, including South Korea.”

헤밍스 국장은 “미국에게 타이완이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 또 한국을 방어하는미국의 능력에 타이완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한국의 군사·정치 엘리트들이 알아주기를 미국은 희망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북한이 8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례 없는 수준의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한일 3각 안보협력도 강화됐습니다.

미국은 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한일 3국 간 협력 확대를 구체적 행동계획으로 꼽았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 “Beyond security, we will also work together on regional development and infrastructure, critical technology and supply-chain issues, and women’s leadership and empowerment. Increasingly, we will seek to coordinate our regional strategies in a trilateral context.”

미국은 한국·일본과 “안보를 넘어 역내 개발과 기반시설, 핵심 기술과 공급망 문제, 여성의 지도력과 역량 강화에 협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욱 더 역내 전략을 삼각공조의 틀에서 조율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미한일 3각 협력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두 번째 미한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are both critical allies of the United States. And for years, our countries have been engaged in a trilateral cooperation out of a shared concern for the — for the nuclear and missile threats North Korea poses to — to our people. And North Korea continues provocation — provocative behavior. This partnership is even more important than it’s ever been."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모두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라며 “우리들은 그동안 공동 우려사안에 대해 3자 협력에 관여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3국 정상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최근 무력도발은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하는 실질적 성과를 냈습니다.

12월 초에도 미한일 3국은 서로 간에 조율한 대북 제재를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하는 등 올 하반기 삼각 공조에 속도를 더욱 붙였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속에 미한 군사동맹도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됐습니다.

지난 8월 24일 한국 부산항에서 '을지프리덤실드(UFS)' 미한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대테러 훈련이 진행됐다.
지난 8월 24일 한국 부산항에서 '을지프리덤실드(UFS)' 미한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대테러 훈련이 진행됐다.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미한 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가 열리는 등 그 동안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미한 연합훈련이 재개됐습니다.

또한 미한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미한이 군용기 240여 대를 동원해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실시하고 다수의 미국 전략자산을 한국에 전개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방어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에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추가 전개를 포함한 확장억제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 “In the presence of a rising North Korean threat, it's been very clear for quite some time now that the United States is determined to not only reassure South Korea of the US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 but to even strengthen it.”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력을 재확인할 뿐 아니라 이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 매우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다음은 미국의 한반도 안보 정책과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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