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에도 핵 무력 강화에 한층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대미 대남 도발과 위협의 강도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주민의 삶을 외면하고 대량살상무기, WMD 개발에 집착한다고 개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31일 엿새 동안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2023년도 핵 무력과 국방 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국을 ‘남조선 괴뢰’라고 칭하면서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을 새 전략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향후 대남 공세를 더 강화해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라며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정부와는 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이미 북한은 무인기 도발부터 시작해서 NLL(북방한계선) 이남으로의 도발까지 선을 넘고 있습니다. 소위 ‘약한 고리 때리기’ 전략 즉 대미관계에서 성과가 없으니까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 그런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가 당 전원회의에 '증정'된 행사에 참석해 초대형 방사포가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022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과 1발을 검수사격했다며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올 전했습니다.
북한이 2019년 11월 처음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는 구경 600㎜에 400㎞에 육박하는 사거리와 유도 기능 등을 갖추고 있는데 미한 정보 당국은 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초대형 방사포는 첫 공개 때부터 전술핵 탑재를 노린 무기체계라는 관측들이 나왔지만, 아직은 북한이 이 미사일에 실을 만큼 핵 탄두 소형화를 이뤘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방사포는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내세운 것은 한국에 대한 협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방사포라는 건 북한이 전통적으로 한국에 대해서 대규모 포격을 가하는 그런 수단이잖아요. 방사포라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위협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 위협으로 느끼는 것을 하나 꺼내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에 대해서 협박을 하는 거죠.”
김 위원장은 또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핵 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 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사시 핵무기를 선제공격 등 보다 공세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또 피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입니다.
[녹취: 조성렬 교수]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 적국들이 북한을 공격할 때 이에 반격하는 것을 넘어서 핵무기 자체를 갖고 상대국을 협박하겠다는 거죠. 만약 핵과 핵으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이것을 핵전쟁으로 확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선 한국 일본과 공조 강화를 비난하면서 미국이 ‘아시아판 나토’ 같은 새로운 군사블럭을 형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 데 맞게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국제질서가 ‘신냉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정세 인식을 거듭 드러낸 겁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한일 3각 공조 등 지역 내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 대응은 물론 중국과의 역내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질서 위협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신냉전 구도를 강조하는 것은 이에 편승해 자신들의 핵 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협력을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실질적으로 신냉전 구도에 들어갔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이 굉장히 의도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거죠. 자신들의 핵의 불법성을 줄이고 또 앞으로 계속 핵 보유와 개발에 대한 명분을,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유리한 게 신냉전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번에 다시 강조했다고 판단되고요.”
김 위원장이 신냉전을 강조하는 것은 대미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향후에도 핵 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박 교수의 진단입니다.
김 위원장은 실제로 이번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체계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이 제시됐다”고 밝혀 고체연료 ICBM 개발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국가우주개발국(NADA)은 마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찰위성과 운반 발사체 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7차 핵실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전술핵무기의 다량 생산을 강조한 만큼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된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전술핵을 공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과거에도 북한이 공개한 패턴을 보면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을 공개하면서 핵 실험을 했었거든요. 만일 전술핵 개발을 북한이 완료했다면 아마 올해 핵실험을 하면서 전술핵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죠.”
한국 정부는 이번 당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대미 대남 적개심 고취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노골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민의 곤궁한 삶은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더욱이 같은 민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