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또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숙청됐다고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관련 현안들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정보위 전체회의 후 기자들에게 국정원이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에 대해 ‘무인기가 들어와서 그 고도에서 촬영할 수 있지 않느냐’는 가정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지난달 26일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 집무실 부근의 특정 지점을 근거로 3.7㎞ 반경으로 돼 있습니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한국 군 당국은 당초엔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에서만 비행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군 당국의 판단 번복과 관련해 한국 내에선 야당과 언론 등에서 정부의 새로운 대국민 입장 표명이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무인기 도발을 통해 노리는 것은 한국사회 분열이라며 이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것이 정치적 이슈가 돼서 군을 어렵게 만든다면 그게 안보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정찰 역량을 더욱 더 강화시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현재 1~6미터급 소형기 위주로 20여종 500대의 무인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공격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원거리 정찰용 중대형 무인기를 개발하는 동향이 포착됐으나 초기 단계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고성능 탐지 센서 등 기술 확보가 관건이며, 국정원은 관련 정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과 관련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숙청 여부는 확인됐으나 처형 여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4일 소식통을 인용해 리 전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숙청 시기는 지난해 여름과 가을 사이라고 전했습니다.
리 전 외무상은 30년 넘게 외교관 경력을 쌓으며 영국 주재 대사와 외무성 부상,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지냈고 지난 2016년 리수용 전 외무상의 후임으로 외무상으로 승진했습니다.
리 전 외무상은 지난 2018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미북 정상회담, 그리고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미북 정상회담 등에 북한 대표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했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최근 연이어 공식석상에 동행하는 데 대해 세습정치의 의지를 북한 주민들에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후계 관련해서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임에 대해선 국정원은 훈련 중 준비 태세가 미흡하고 군 지휘통솔이 부진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북한 7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선 “영변 핵 시설에 3개 도로는 이미 다 사실 보수 완공됐고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도 진입도로가 완성돼 있어서 언제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면서 “구체적으로 언제 핵실험을 할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저희가 다루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북한 열병식 시기에 대해선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2월 8일로 예측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도발이 한국 영공 침범으로까지 수위가 높아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간주하며 대남 공세 강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도 보다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률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따라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발전법 24조가 금지하는 행위들을 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합의의 효력 정지는 남북관계발전법 23조 2항에 명시된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라는 조항에 따라 가능합니다.
그런데 남북관계발전법 24조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행위가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의 금지’ 사항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면 합의문에 명시된 ‘금지 행위’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법령 해석은 소관 부처의 권한 사항”이라며 “별도의 국회에서의 입법 절차는 필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가 남북관계발전법 24조가 금지하는 행위를 재개해도 된다고 결론 내릴 경우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판하고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등의 내용으로, 접경지역에서의 북한의 군사적 반발을 빚을 수 있다면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압박카드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으로선 특별히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조치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또 다른 카드로 쓸 수가 있죠. 북한의 도발 양상이 더 고도화되고 극단적으로 일으킨다면 북한 압박을 위한 조치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면서도 9.19 합의 효력정지 검토는 “최근 북한이 한국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상적으로 하는 데 대해 압도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해나가는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