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할 것을 지시했는데 핵 전문가들은 이를 비현실적인 공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핵분열 물질 생산에 시간이 걸리며 핵탄두 제조 과정에도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지난 연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핵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런 공언을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을 역임한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9일 VOA에, 핵 관련 산업에서 증가는 기하급수적이 아닌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서 핵무기 증대의 핵심인 핵분열 물질, 즉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IAEA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 시설에서 새로운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5메가와트 원자로와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 작업을 2021년 여름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핵무기 1개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은 8kg 정도이고, 소형 전술핵무기의 경우 3kg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북한은 해마다 10%씩 생산을 늘려도 3년 뒤에는 지금보다 전술핵무기를 1~2개 더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간 5~6개의 추가 핵탄두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국가보다 재원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북한이 이를 능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김 위원장의 공언은 수사적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은 해마다 전년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핵탄 증가 추세는) 기하급수적 보다는 점진적 증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은 기술적 역량이 아닌 효과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다만 북한이 그동안 생산한 무기급 우라늄 비축량을 이용해 전술핵무기 생산에서 빠른 증가를 이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분열 물질이 적게 드는 전술핵무기 설계 역량을 갖췄다면 앞으로 연간 10개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