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기자) 네. 미국과 독일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문제를 놓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습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전격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독일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중요한 회의가 열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 회의가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0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약 50개국 국방장관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지원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진행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지금 독일을 방문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UDCG 회의에 앞서 먼저 19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신임 독일 국방장관과 단독 회담을 가졌습니다. 독일이 생산하고 있는 ‘레오파드2(Leopard2)’ 전차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인데요. 회의는 몇 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회의 내용이나 성과에 관해 아무런 발표도 내놓지 않았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이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자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레오파드가 어떤 중화기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거죠?
기자) 레오파드는 과거 냉전 시대 독일이 개발 생산해 유럽 각국에 수출한 중무장 전차입니다. 레오파드2의 경우, 첨단 방어 체계와 120mm 대포 등을 장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과 서방 동맹들은 유럽 각국에 이미 충분히 배치돼 있는 레오파드를 지원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부 국가는 벌써부터 제공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폴란드와 핀란드는 이미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독일이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일부 국가도 독일이 승인하면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레오파드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독일 정부는 미온적인 입장인가요?
기자) 네. 독일 정부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만일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 전차를 제공한다면 독일도 관련 규제를 풀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에이브럼스는 우크라이나 전황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해왔습니다.
진행자) 맞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합니까?
기자) 네. 에이브럼스는 가스 터빈 엔진을 장착해 가속 능력이 매우 좋긴 한데요. 하지만 연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전선에 물류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략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수 지원을 또 준비 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르면 20일, 2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합니다. 이 패키지에는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소구경 폭탄, 전투용 차량과 포, 탄약 등이 포함되는데요. 8륜형 장갑차인 스트라이커는 최대 시속 60km로 빠르게 보병을 수송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앞서도 ‘브래들리’ 장갑차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추가 지원 패키지에 ‘에이브럼스’ 전차는 포함되지 않습니까?
기자) 네. 콜린 칼 미 국방부 최고 정책 보좌관은 18일, 에이브럼스 전차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에이브럼스는 너무 복잡한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비싸며 훈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추가 지원 패키지에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중화기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주로 소련 시대 T-2구형 전차에 의존해왔는데요. 서방의 새로운 전차들이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낼 기동력 있는 화력을 제공할 거라며 서방의 전차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전황을 설명하며 서방의 중화기 지원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폭격의 횟수와 침략자들의 공격적 행동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전차와 방공 무기 지원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이날(18일)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외곽 유치원 근처에 헬기가 추락해 내무장관, 내무차관 등 헬기에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관리 9명 전원과 어린이 3명 포함 1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헬기 추락은 전쟁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전시에는 사고라는 게 없다면서 이는 모두 전쟁의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가안보 고위 책임자가 또다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했다고요?
기자) 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9일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패배는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전에도 종종 핵 위협을 경고해왔는데요.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0일 독일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을 겨냥해, 나토와 각국의 국방 지도자들은 그들의 정책의 위험성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은 결코 자신들의 운명이 달린 분쟁에서 패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뉴질랜드 총리가 사임을 발표했군요?
기자) 네. 저신다 아던 총리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아던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진 발표에 뉴질랜드 정치권과 국민은 충격이라는 반응입니다.
진행자) 사임하겠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아던 총리는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말로 퇴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던 총리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자신은 총리직이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은 이 직무를 잘 수행할 연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던 총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숱한 화제를 불러왔던 지도자죠?
기자) 맞습니다. 서른일곱 살이던 2017년 노동당 대표를 맡고, 그해 10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뉴질랜드 역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갖게 됐고요. 또 2018년에는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 사이에 딸을 출산해 재임 중 출산한 두 번째 세계 지도자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해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아기인 딸을 데리고 참석해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임기 중 힘든 시기도 있었죠?
기자) 네. 2019년 백인우월주의 무장 괴한이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이슬람 사원 2곳을 습격해 무차별 사살해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아던 총리는 즉각 이슬람 사회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폭넓은 지지를 얻었고요. 뉴질랜드 총기규제법을 대폭 강화하는 과감한 조처도 취했습니다. 또 재임 중 코로나 사태를 맞았는데요. 즉각 국경을 봉쇄하고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려 사태 초기에는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아던 총리는 연임에도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2020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끌면서 재집권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장기간에 걸친 고강도 규제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인 데다가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아던 총리가 사임하는 날짜도 밝혔습니까?
기자) 네. 2월 7일이 총리로서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던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난 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기자회견장에 있던 배우자 클라크 게이포드 씨에게 “마침내 결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 또 한 번 화제를 낳았습니다.
진행자) 그럼 공석인 총리직은 누가 맡게 됩니까?
기자) 아던 총리는 이날(19일)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선은 10월 14일에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총선 전까지 누가 총리직을 맡게 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노동당은 오는 22일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는데요. 그랜트 로버트슨 부총리가 이날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인물들의 경쟁 구도가 예상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요?
기자) 네. 19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도 파리에서는 이날 총파업을 선언한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이 주도한 가운데 수만 명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시위를 벌였고요. 다른 곳에서도 200건 이상 크고 작은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진행자) 연금 개혁안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프랑스 근로자들의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법안입니다. 근로자들이 은퇴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올리고요. 또 근로자들이 연금을 온전하게 다 받을 수 있는 근로 기간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올리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연금을 제대로 받으려면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사회의 고령화와 조기 은퇴 등으로 연금제도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연금 개혁만이 유일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23일 연금 개혁 법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할 예정이고요. 다음 달 의회에 상정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시위대의 반대 주장은 뭔가요?
기자) 프랑스 노동조합과 시위대는 연금 제도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인의 권리를 위협하는 대신에 부유층이나 고용주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프랑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민이 연금 개혁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이날(19일) 시위에 참여한 50대의 한 시민은 AP 통신에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젊은이들과 힘겨운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시위에 청소년들도 많이 참여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파리 집회에는 고등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청소년들이 동참했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두렵다면서 나이 들어 자신들이 은퇴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위에는 교사들도 대거 참여했는데요. 프랑스 교육부는 학교에 따라 34%~42%에 달하는 교사들이 이날 파업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주요 노조의 총파업으로 파장도 작지 않았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철도와 간호사 노조 등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의 많은 학교가 문을 닫고 대중교통이 마비됐고요.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도 이날 약 20% 취소됐습니다. 심지어 비상근무 인력을 제외한 경찰 노조도 이날 파업을 선언하고 시위에 동참했는데요. 간호사인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이 시위를 하고 국가 경제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대규모 시위에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시위가 있던 19일, 마크롱 대통령은 스페인을 방문 중이었는데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연금 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화의 정신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또한 동시에 결단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법제화되려면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야 할 텐데요. 프랑스 정치권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좌파와 극우를 포함한 대부분의 야당은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끈 범여권 중도 연합 ‘앙상블’은 제1당의 자리는 유지했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는데요. 하지만 보수 정당인 ‘공화당’과 연대해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AP 통신은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의 은퇴 연령도 궁금하군요?
기자) 각국의 은퇴 규칙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데요. 다만 현재 많은 나라가 노년층 인구가 증가하고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추세입니다.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공식 은퇴 연령이 67세고요. 한국은 현재 60세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