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존중하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자신의 핵 보유 가능성 언급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데 대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 포럼’ 참석을 계기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우리가 NPT 즉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국 대통령실이 20일 공개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국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은 NPT 체제를 완전히 존중하는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며 “나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이 배포한 한글 발언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저와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서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국방부와 외교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이 대내외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핵 확산 문제에 민감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입장을 감안한 발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바이든 행정부는 NPT 체제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의 핵 보유 발언에 대해서 당연히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런 차원에서 비록 미국 내에선 한국 입장을 이해하는 그런 여론도 존재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입장을 고려해서 윤석열 대통령도 NPT 체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윤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과거 발언을 누그러뜨렸다(dial back)”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당초 발언이 북 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군 통수권자의 각오를 분명히 하는 의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해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미한 간에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의 당초 발언은 국가 생존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상정해 한 발언이라면 이번 발언은 미한 확장억제와 미한일 공조 강화에 방점을 둔 발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책임연구위원] “현재 처한 이 상황에서 미국과 얼마나 확장억지와 군사적 협력 또 한미일 협력 이런 부분을 강화시켜 나가면서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고 억지해 나가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통해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여전히 ‘현재로선’ 이라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NPT 10조를 감안하면 당초 발언을 아예 뒤집은 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NPT 10조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이 사이버 전쟁 등 북한의 비대칭적 능력에 대응하는 능력을 계속해서 강화할 것이라면서 현재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안보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선 미국, 일본과의 “3국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측면에서 일본이 자신들의 방위 능력을 강화하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전술핵무기 위협 등으로 지역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고 일본이 느끼는 위협 수준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갈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한일 안보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기본노선을 정했고요. 또 이게 역내 안보 상황의 안정 특히 북 핵 문제에 도움이 된다고 미국 일본이 판단하고 있고 여기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도 동의를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일본의 안보전략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판단을 내린 거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과 협의해서 중국을 한번 방문할 생각”이라며 방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거듭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이라는 조건을 달며 윤 대통령의 방중을 재초청했습니다.
김현욱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의 중심은 미한 동맹이지만 지역 차원에서 중요한 이웃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차원에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외교 관례상 이번엔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라며 중국의 한국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중국 내 신종 코로나 감염자 급증 등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질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그간 정상 간 교차방문 관례상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져야 할 차례로 여겨 왔습니다.
문재인 전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방중했고,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