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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전문가들 “한국, ‘북한 억류자 석방’ 국제 캠페인 나서야…미국과 적극 공조 필요”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한국 정부가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민의 생사확인과 석방을 위해 일본 정부의 정책에 비견될 만한 대대적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처럼 미국이 적극 제기하는 국제적 관심사가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한국 정부가 훨씬 더 강력한 해결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전 세계 정치범 석방 캠페인(Without Just Cause)을 새로 시작하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김국기 목사를 소개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평가한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외교부는 25일 서면 답변을 통해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인권 관련 다양한 사안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사례가 미국 국무부 캠페인에 포함된 것을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또 한국인 억류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억류자 가족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의 면담을 주선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 측 요청이 있을 경우 협력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납북자 단체 등 인권단체들은 앞서 VOA에 일본 정부가 자국민 납북 피해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주일 미국대사, 미국 대통령과 피해자 가족의 면담을 적극 주선하고 일부 성과도 거둔 것처럼 한국도 비숫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했었습니다.

실제로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해 3월 14일 도쿄 주일 미국대사관저에서 납북 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의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 씨를 비롯한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회’ 대표들을 만났습니다. 또 면담 후에는 SNS에 “미국은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일본과 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관련 시민사회단체(CSO)들은 외교부의 이번 답변과 관련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26일 VOA의 전화통화에서 “억류자는 미국 시민이 아닌 한국 국민”이라며 미국이 제의해야 협력하겠다는 자세는 국가로서 매우 무책임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우리 자국민, 우리 국민의 문제이고 당연히 우리 정부가 몇 배 이상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미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의 고위인사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 외교부가 미국 정부에 요청해 억류자 가족을 만나 상징적 메시지를 전하고 한미 동맹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 국민들이 아, 이 문제가 잊혔구나. 금방 기억이 되살아나고 가시성이 높아지는데, 이것을 무슨 수동적으로 요청이 오면 협력하겠다? 이것은 아니지요.”

이 대표는 당사국인 한국의 요청이 없는데 미국이 먼저 제의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어 미 정부가 기다리는 상황일 수 있다며 일본을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일본은 워싱턴 DC 등에서 연례적으로 공개·비공개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는 회의를 열고, 미국의 고위인사, 정치인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초대해서 지지를 과시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우리 억류자와 납북자 위해 그런 노력을 했는가?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미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미일 정상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 진전이지만 발언만 있고 행동은 뒤따르지 않아 우려스럽다는 것입니다.

당시 한국 통일부는 미한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납북자 관련 문안이 처음으로 반영된 데 대해 “정부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통한 납북자 문제 해결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도 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센터(KNDB)의 윤여상 소장은 VOA에 정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억류자와 납북자 가족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저희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인권이나 자국민 보호에 대한 인식이 한국 공무원 사회에 너무 약한 거죠. 그냥 업무의 하나로 생각하는 거잖아요. 정권만 바뀌었지 공무원들의 의식은 바뀐 게 없어요. 적어도 언론에 브리핑하고 설명하는 것은 분명 관심도 표명하고 노력하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공직사회에서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아요. 변화를 실감하기 힘들어요.”

윤 소장은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억류·납북자 문제 등 북한인권 문제를 별도로 다룰 전담팀을 만들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주 VOA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을 통해 프놈펜 미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지난 유엔 안보리 토의 전 미국이 낭독한 31개국 공동 발언문에도 억류자에 대한 우려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문안이 포함됐다며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미국 대통령 등 고위관리들과 억류·납북자 가족 간 회동에 관해서는 실효성과 남북관계에 미칠 파급 때문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한국인 억류자 가족과 골드버그 대사의 면담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앞서 세계 정치범 석방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주요 정치범 중 한 명으로 김국기 목사를 소개하고 해외 미국 대사관들의 외교적 관여, 정치범 옹호자들과 가족, 비정부기구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그러나 골드버그 대사의 한국인 억류자 가족 면담 여부에 관한 VOA의 질의에 즉답하지 않은 채 “미국은 모든 정치범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며 인권의 보편성과 기본적인 자유를 믿는 모든 국가와 국민에 국무부의 '정당한 이유 없이(Without Just Cause)’ 캠페인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The United States calls for the immediate release of all political prisoners and urges all countries and people who believe in the universality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to support the Without Just Cause initiative.”

서울의 미국대사관은 VOA의 질의에 대해 26일 오후 현재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당사국인 한국이 억류자와 납북자 등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미국도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런 차원에서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인 (억류자와) 납북자, 심지어 국군포로 가족들까지 만나는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It would be a terrific idea for the US ambassador in Seoul to meet with the families of South Korean abductees, South Korean POWs even. And I think that it would make perfect sense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elevate the importance of this. The Yoon government does seem to have a lot of interest in human rights issues. So I think this is not impossible.”

그런 회동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며 또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재임 시절 한국에서 이산가족 등 북한에 가족이 있는 한국 국민들,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여러 번 만났다며 미 대사 등 고위관리들과 억류자 가족 간의 회동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Yeah, I think it makes a lot of sense. When I was a special envoy, I met on a number of occasions with people in South Korea who had relatives in the North. I met with the abductee families in Japan. I think it's useful and important for the United States to be seen as being supportive of those efforts and doing what we can.”

“미국이 그런 (억류·납북자 해결) 노력을 지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유용하고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좀 더 신중히 검토한 뒤 협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26일 VOA에 이런 만남이 북한에 억류된 가족들의 석방을 위해 유익한지, 한국에 있는 가족과 한국 정부가 그것을 원하는지가 먼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억류자 가족이 “이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미국 관리들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서한을 보내야 한다”며 그것이 첫 단계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Have they asked to speak with the US ambassador? I think that would be the first step. I mean, they are not the government, but the family members themselves. If they think it is something they should do, they should ask to and send a letter to the US to ask to meet with American officials.”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줄리 터너 미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의 상원 인준이 완료되면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등과 이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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