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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호흡기 환자’ 증가에 평양 봉쇄…한국 “코로나 여부 예의주시”


지난해 6월 북한 평양 국제공항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북한 평양 국제공항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호흡기 질환 증가로 평양에 봉쇄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받은 외교공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북한 당국이 호흡기 질환 확산과 관련 닷새간의 특별방역기간을 선포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공한에서 “겨울철에 계절성 독감과 다른 호흡기 전염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외교공관과 국제기구 대표들에 북한 국가비상방역 당국에 의해 내려진 조치를 통지한다”면서 요구사항들을 열거했습니다.

외무성은 “25일 0시부터 29일 자정까지 5일 동안 평양에 특별방역기간이 설정되며 이 기간은 방역 상황에 따라 3일간 연장될 수 있다”면서 “특별방역기간 동안 북한에 등록된 모든 외교공관은 직원들의 외출과 대사관과 주거지 밖으로의 차량 이동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방역 규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루 4차례 체온을 측정하고 오후 3시까지 그 결과를 전화로 평양의 ‘우호병원’으로 통보해야 하며, 고열인 사람이 나타날 경우에도 즉시 ‘우호병원’에 통보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평양에 사실상 봉쇄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해 5월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으로 전국 모든 시와 군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한 이후 약 8개월 만입니다.

북한은 이번 조치의 신종 코로나와의 관련 여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7일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신종 코로나와 유사한 정황이 있어 북한 내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취한 조치의 내용으로 미뤄 신종 코로나 발생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 봉쇄령이 일단 5일이지만 추가 3일까지 예고돼 있고 자발적으로 체온검사를 하고 통보까지 하라는 얘기들이 오고 가는 것을 봐선 코로나 환자의 개연성 또는 대형 행사를 앞둔 코로나 확산에 대한 사전 조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이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비상방역전을 계속 강도높이 최대의 경각심을 견지해가며’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게재하며 철저한 방역을 강조했습니다.

평양 봉쇄령까지 내린 것은 북한이 높은 긴장감 속에서 선제적이고 방어적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북한은 다음달 8일 건군절을 전후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라 방역 고삐를 한층 더 죄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 지 90여 일 만인 8월에 ‘방역 승리’를 전격 선언한 바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방역 승리 선언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로 의심되는 발열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신종 코로나 언급 자체를 하지 못하게 통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난 8월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이후 어떤 발열 현상이 나타나도 코로나19와 연관시키는 것은 금지가 돼 있다는 거에요. 겨울에 접어들면서 독감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발열환자들이 증가되고 이게 계속 전파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일단 평양 시내를 봉쇄하라고 지시가 내려갔을 것 같고요.”

탈북민 출신의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대형 행사가 열리기 전에 이뤄지는 통상적인 통제라고 하기엔 2.8 건군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평양에 신종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모종의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봉쇄정책을 풀면서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한 중국에서의 코로나 확산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영희 대외협력 부장입니다.

[녹취: 김영희 대외협력부장] “평양은 해외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지역이잖아요. 그러니 평양에도 중국이나 러시아나 다른 나라에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달고 들어와서 잠복기에 있다가 어느 순간 발생하면서 확산돼서 평양에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닌가, 이들이 나가는 것을 차단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게 아닐까 그런 판단을 했어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내내 유례없는 빈도로 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이 최근 한 달 넘게 잠잠한 데 대해 방역 상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한 달 넘게 도발을 멈춘 부분은 코로나 상황과 연계해서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지난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게 2022년과 유사하게 대남관계를 대적 관계로 다시 규정하고 확인하고 계속해서 이런 도발을 하겠다고 사실상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이 멈춘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무인기를 한국 영공에 침투시킨 이후 한 달 넘게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정확한 내부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평양 봉쇄 기간 연장 여부 등 추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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