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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위관리, 7일 납북·억류 가족 면담…“국제이슈화 다행”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미국의 고위 관리가 다음 주 서울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이 피해자들의 생사 확인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한국 내 납북·억류자 가족, 비정부기구 관계자는 1일 VOA에 오는 7일 정 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서울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면담에는 북한에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0년째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친형 김정삼 씨,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가족인 황인철 씨,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고위 관리가 서울에서 억류자 가족을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납북자 가족을 만난 사례 역시 극히 적어 주목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임 시절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납북자보다 주로 이산가족들을 면담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 납북·억류 문제는 자신이 다룬 주요 문제 중 하나가 아니었으며 대부분 이산가족 관련 사안을 다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 was not one of the major issues that I dealt with. Most of the time I was dealing with, you know, separated families and that kind of thing. I can't remember the numbers but I know it was much larger number of Japanese abductees,”

킹 전 특사는 과거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더 많이 만났지만 한국 내 납북자 가족과의 면담 횟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납북·억류자 문제는 정당한 관심 영역이자 인권 문제로 (박 부차관보가) 그런 회동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 seems to me that is a legitimate area of concern. It's a human rights issue. I don't think it's inappropriate to have that kind of those kinds of meetings.”

박 부차관보를 만날 예정인 억류자와 납북 피해 가족들도 1일 VOA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김정욱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는 미국 정부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동생의 생사 확인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삼 씨] “일단 미국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특히 대사관에서 정박 부차관보를 만나는 것은 지금 처음이지 않습니까? 제게는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생사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김 씨는 이에 앞서 2일 서울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처음으로 만난다며 “동생의 생사 확인과 석방 및 송환을 요청하는 서한도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살몬 보고관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 문제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과거 워싱턴을 방문해 국무부 실무자를 만나 협력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서울에서 부차관보급 이상 관리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자신이 2살 때인 1950년 9월 아버지 이성환 씨가 공산군에 납치된 지 72년 반이 거의 지났다며, 박 부차관보를 만나면 북한인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쳐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미일 이사장] “북한은 태생적으로 인권 범죄 국가란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미국은 매일 수비적 자세만 취하지 말고 북한 인권을 앞에다 놓아야 합니다. 그게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이에요. 6·25 전쟁 때 민간인들을 잡아갔기 때문에 그들은 오픈 할 수가 없어요.”

이미일 이사장은 또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한 당사국으로서 당시 10만 명에 달하는 납치 피해자들과 수많은 국군포로의 송환을 묵인한 데 대한 일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책임은 당시 약소국이었던 한국에 있지만 미국도 올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한국인을 강제로 북한으로 끌고 갔다며,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8만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통일부는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한 전후 납북자를 516명, 억류자는 6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1일 VOA에 정 박 부차관보의 이번 남북·억류자 가족 면담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 증진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둘 것이라는 이전 주장을 그대로 적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 “It shows a readiness to apply the Biden administration’s earlier assertions that promot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 will have priority in its foreign policy. The appointment of the special envoy on human rights is further reinforcement. It also shows a strengthening of US ties with South Korea and Japan whose citizens are most notably among those abducted and detained.”

또 최근 북한인권특사 지명은 이런 입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자국민이 납치되고 억류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유대 강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억류자와 납북자, 국군포로의 유엔 진정서 제출을 돕고 있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VOA에 외면받던 문제에 미국이 눈을 돌려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좋은 현상입니다. 그동안 제대로 잘 안 다뤄졌던 이슈인데 미국이 관심을 가지니까 의미가 더 있죠. 사실 우리나라(한국)가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또 어떻게 보면 제일 국제적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슈부터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잘 해결돼 다른 인권 문제들도 해결의 실마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킹 전 특사도 이 문제의 당사국은 한국이라며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미국에 협력을 요청한다면 미국도 더욱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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