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북한 정권에 공식 소환장이 발부됐습니다. 북한이 소환장을 전달받는 순간부터 양측의 소송전이 시작되지만 현재로선 이 소환장을 북한에 송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난항이 예상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이 2일 북한 정권을 수신인으로 한 민사 소환장(Summons)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이날 게시된 이 소환장에는 “귀하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는 문구와 함께 “이 소환장이 전달된 시점부터 60일 이내에 원고 측의 소장에 대해 답변을 하거나 연방민사소송규정에 의거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소환장의 수신인 란에는 북한의 공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명시됐으며, 평양 중성동 소재 북한 외무성이 송달 주소로 적혔습니다.
앞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달 31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기존 푸에블로호 원고와는 다른 소송인단으로, 북한이 승조원과 가족, 상속인 등에게 각각 125만 달러에서 최대 1천335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소환장 송달이 수월하게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에 소환장을 보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환장과 소장, 한글 번역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은 2020년부터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해선 북한 송달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 2012년 북한에 억류됐다 2년 만에 풀려난 케네스 배 씨, 그리고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들도 최대 2년 넘게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혹은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소장을 건네는 ‘외교적 경로’ 방식을 통한 소장 전달을 국무부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외교적 경로’ 가능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연방법원은 최초 소송 제기일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등은 북한에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했고 국무부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소장 전달 기한을 늘려오고 있습니다.
푸에블로호 소송인단도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에 소환장이 송달된다고 해도 북한이 이번 소송에 공식 대응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앞서 북한은 납북 피해자 등의 소송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의 배상 책임을 명령했었습니다.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 수행 중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북한 정권은 약 11개월이 지난 1968년 12월 23일 승조원 82명과 유해 1구를 미군에 송환했지만 선박은 돌려주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반미 선전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