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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치오스 전 처장] “북한 식량난, 위기 수준…국제 직원 부재 상황에서 지원 어려워”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

북한의 식량 사정이 위기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이 말했습니다. 나치오스 전 처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코로나 대유행 한 가운데서도 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 식량지원에 직접 관여했던 나치오스 전 처장은 대북 지원에는 분배 감시 등이 필수라며, 현재 북한에 국제 직원들이 없는 만큼 원조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나치오스 전 처장은 북한 정권이 무기 개발보다 식량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부시 스쿨 교수로 있는 나치오스 전 처장을 안소영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를 총괄하는 USAID에서 대북 식량 지원 사업을 직접 이끄셨습니다. 앞선 1990년대 중반에는 북한 식량난을 파악하기 위해 방북도 하셨는데, 북한의 기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오신 전문가로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에 따른 현재 내부 상황을 어떻게 관측하십니까?

나치오스 전 처장) 북한의 식량 사정은 위기 수준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북한 관영 통신도 식량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김정은 자신도 1년 전 식량 안보가 다음 해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식량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죠. 그리고 북한은 해마다 외부 식량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라면서 북한은 ‘자체 고립’을 택했고 일부 반입되는 물자에 대해선 오랜 기간의 소독과 방역 작업을 진행합니다. 코로나는 음식을 통하거나 물건과의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시행하고 있는 조치는 터무니 없는 조치입니다.

기자) 북한이 ‘1990년대 대기근’ 수준의 식량난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나치오스 전 처장) 글쎄요, 정확히 알기 어려운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제가 월드비전 부총재 시절 북한의 기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평양과 북부, 남부의 시골 마을을 돌았습니다. 우리에게는 ‘기근 지표’라는 게 있는데 북한 당국이 사망자 규모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시골 마을 어디에서도 닭이나 오리, 거위, 돼지, 소를 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시골에서 가축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에 대한 어떤 새로운 정보도 없습니다. 국경이 봉쇄되면서 북한을 탈출해 나오는 사람과의 인터뷰도 어렵습니다. 다만 신종 코로나 이전 북한 내 급성영양실조 비율이 세계에서 높은 수준인 전체 18%였습니다. 또 그간 여러 차례 자연재해를 겪었고 농업 생산도 매우 저조했습니다. 2년 전 식량 부족량은 150만 t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알겠지만 현재 북한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이 정도입니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현 상황을 대기근 당시와 비교하는 추측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은 좀처럼 만성적인 식량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나치오스 교수) 북한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정부가 모든 농장을 소유하는 체제인 ‘마르크스주의 경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쿠바와 북한만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민영화하기 전에는 식량난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시장 기반 경제로 변화한 것처럼 북한도 그래야 합니다. 또 지적하고 싶은 점은 기근은 일반적으로 전염병과 매우 밀접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아사자의 90%는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전염병에 감염돼 죽습니다. 잘 먹은 사람은 회복하기 쉽고 면역력이 좋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북한 상황이 우려됩니다. 만약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생존율은 높지 않습니다.

기자) 대북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봐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이신가요?

나치오스 전 처장) 저는 제가 USAID 처장을 할 때 시행한 정책을 계속해 옹호해 왔습니다. 우리는 당시 북한 당국에 미국의 식량 지원을 원한다면 10가지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마지못해 관련 조건에 동의했고 우리는 매달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는데, 두 번 중단해야 했습니다. 북한이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죠. 당시 우리 요구 사항에는 ‘독립적인 평가’와 ‘외부 통역사 수용’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북한이 모두 따르지 않은 겁니다. 지원이 이뤄지려면 우리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반드시 인지시켜야 합니다. 그 전에는 대북 원조가 불가능하다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기자) 미국은 전 세계에서 북한에 식량을 가장 많이 지원한 국가이지 않았습니까?

나치오스 전 처장) 맞습니다. 그랬습니다. 우리는 1990년대 북한에 처음 식량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규칙을 준수했다면 미국의 대북 지원은 계속 유지됐을 겁니다. 2003년, 저는 인도주의 연구원들을 북중 국경에 6개월간 배치해 켜 대북 지원 상황을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그들에게 제가 받은 보고 중에는 북한에 지원된 식량 60%에서 70%가 군량미로 전용된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북한 정부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팬데믹 시기의 한 가운데서 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해 쏘아 올린 63차례의 미사일 비용이 석 달치 북한 주민의 식량과 맞먹는다는 통계가 나오는 등 대북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나치오스 전 처장) 올바른 방법으로 지원을 한다면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을 돕게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식량과 지원 물자들이 취약계층, 특히 어린이들에게 전달되는 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직원들이 현장에서 제약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활동이 막혀서도 안 됩니다. 현재 외국인 직원이 북한에 없는 만큼 원조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봅니다.

기자) 미북, 남북 모두 대화가 장기 교착된 상황입니다. 인도적 지원 등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유화책이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나치오스 전 처장) 저는 식량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을 핵협상과 연계시키는 것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두 사안은 별개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 정부의 우선 순위가 주민의 안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랬다면 북한은 핵과 무기를 개발하지 않았을 겁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공격하고 싶어하지 않는데 왜 북한은 무기를 만들까요? 저는 주민을 상대로 한 독재정권의 불안감에서 온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북한과 바이든 행정부에는 어떤 제안을 하시고 싶으신지요.

나치오스 전 처장) USAID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에 따른 조건들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식량 원조가 영양실조율을 얼마나 낮추는 지 파악하기 위한 정기적인 영양 조사를 허용하고 식량이 군이나 비밀 경찰이 아닌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에 전달되는 것을 확인시켜 줄 것 등을 말이죠. 그러니까 북한이 정치적 기반이 아닌 과학적 기반의 원조 프로그램 시스템을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국제 직원과 구호 요원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은 북한이 이런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북한 김정은에게는 막대한 규모의 군사 예산을 삭감하고 대신 식량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농업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군사 개발이 아닌 북한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텍사스 A&M 대학교 부시 스쿨 교수로 있는 앤드류 나치오스 전 USIAD 청장으로부터 북한의 식량난과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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