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열병식 준비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민간 위성에 포착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몇몇 지역에서 작은 점 형태로 처음 등장하는 군중과 차량이 두 달에 걸쳐 예측 가능한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정해진 공식을 따르듯 매번 반복되는 특정 움직임을 통해서 이제 북한 열병식의 처음과 끝을 미리 엿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이 대규모 행사를 예고하는 중요한 실마리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북한의 열병식 조짐은 예외 없이 평양 동남쪽의 한 지대에서 시작됩니다.
평양 미림비행장과 미림 승마장 북쪽에 위치한 이곳엔 김일성 광장 연단을 형상화한 구조물과 함께 병력 수천 명이 도열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습니다.
평소 한산한 이 지대에 병력과 차량이 점 형태로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되면 북한이 대규모 행사, 즉 열병식 준비에 돌입했다는 최초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엔 작은 점 형태로 표시되는 병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늘어나고, 이후 한쪽 공간에 차량이 들어서기 시작한다면 약 두 달 뒤 평양에서 열병식이 개최된다고 전망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북한이 과거 열병식 때마다 약 두 달 전부터 이곳에 병력과 차량을 집결시키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 8일 북한의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을 약 두 달 앞둔 지난해 12월 초에도 영락없이 이곳에 병력과 차량이 집결했습니다.
또 인근엔 병력의 임시 주거시설로 추정되는 대규모 텐트 지대가 형성됐었는데, 이런 정황은 모두 북한의 열병식 개최가 머지않았다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열병식 개최 여부를 가늠할 또다른 주요 지점은 평양 김일성 광장입니다.
실제 열병식이 열리는 이곳엔 주로 열병식 개최 약 한 달 전부터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평소에 조용하던 광장에 대규모 인파가 들어차는데, 이들이 열병식을 약 2주 앞둔 시점부터 손에 빨간색 꽃과 수술을 들면서 이 일대를 붉게 물들입니다.
또 열병식 연습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김정은’, ‘일심단결’과 같은 대형 글자나 인공기를 형상화한 카드섹션을 볼 수 있습니다.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주민이 카드를 들어 올려 연출한 형상으로 우주에서 식별할 정도로 선명합니다.
만약 김일성 광장에 대형 글자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이는 열병식 개최가 임박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8일 개최된 열병식을 약 사흘 앞둔 지난 5일에도 주민들은 ‘75’와 ‘2.8’과 같은 문구를 만들어냈습니다. 2월 8일 75주년을 맞는 북한의 건군절을 시사하는 숫자였습니다.
김일성 광장과 맞닿은 대동강에 부교 2개가 설치되는 것도 열병식 1~2주 전에 의식처럼 진행되는 ‘표식’입니다.
지난해 4월 열병식 때 처음 등장한 이 부교에는 폭죽과 조명 시설 등이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순안공항도 열병식이 곧 개최된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열병식을 약 2~3주 앞둔 시점 평양 순안공항의 활주로 연결도로엔 차량 혹은 항공기로 보이는 물체 약 30개가 등장합니다.
이들 물체는 활주로 연결로를 따라 길게 도열한 형태로 발견돼 왔습니다.
특히 미림비행장 인근 열병식 훈련장이나 김일성 광장 등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확인될 때마다 어김없이 이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이 물체는 항공기나 헬리콥터, 혹은 트레일러 차량으로 추정돼 왔습니다.
북한이 열병식 때마다 항공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일종의 ‘에어쇼’를 펼쳐왔다는 점에서 이들 물체가 비행체라는 해석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동시에 북한이 열병식 무대 설치를 위해 각종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를 순안공항에 대기시켰다는 분석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5년, 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의 기념일에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전승절 70주년을 맞는 7월 27일과 정권수립 75주년을 맞는 9월 9일에 열병식이 개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승절 두 달 전인 올해 5월 중순쯤부터 올해 두 번째 열병식 준비로 해석될 만한 이 모든 ‘의식’을 되풀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