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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딸 열병식 파격 행보 이목 집중..."4대 세습 기정사실화"


김정은(가운데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운데 왼쪽)가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운데 왼쪽)가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최근 건군절 열병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등장한 딸 김주애의 파격 행보가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후계자 내정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가운데 김 위원장이 왕조와도 같은 4대 세습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 8일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아버지와 함께 등장함으로써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석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다섯 차례나 공식석상에 참가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습니다.

특히 열병식에선 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까지 올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칭하며 예우 수준을 높였고,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열병식 녹화중계에서 열병 행렬의 선두에 등장한 김 위원장의 말에 뒤이어 등장한 백마를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라고 호명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백두혈통'의 정통성과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백마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열병 행렬 선두에서 김주애의 백마가 김 위원장의 말을 뒤따라 등장한 장면으로 김주애 후계자 내정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또 14일 김주애 사진을 담은 우표 도안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조선우표사는 오는 17일 발행될 예정인 새 우표의 도안 8종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5종이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의 김주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토대로 만들어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후계자설을 두고 엇갈린 견해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번 열병식을 통해 김 위원장이 4대 세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오경섭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조기에 세습구도를 기정사실화했다며, 이는 자신이 후계자로 늦게 공개되면서 집권 초기에 겪었던 정치적 반대와 권력투쟁 등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송 재일한인 무용수 출신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부인이었던 고용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정통성 문제에 시달려야 했고 집권 초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비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경섭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오경섭 연구위원] “4대 세습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기정사실화하면서 군부 충성을 유도하고, 거기에 군인들이 백두혈통에게 충성을 한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런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4대 세습을 일단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면서 충성을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이고.”

탈북민 출신인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김주애 후계자 내정 여부를 떠나 김주애를 내세운 이번 열병식 연출은 주민들에게 `백두혈통'에 의한 북한 통치의 영속성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커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대표] “김일성 가문이 지금 어찌보면 왕가 비슷하게 통치를 하잖아요.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되느냐 안되느냐를 떠나서 북한 정권의 영속성을 주민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인정받는 효과는 상당히 클 거에요."

오 연구위원은 그러나 김주애 후계자 내정설과 관련해선 “북한이 후계구도와 관련해 내놓은 직접적인 언급이나 후계자 내정에 필요한 공식 절차가 없었다”며 “김 위원장에게 13살 가량의 맏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김주애는 아직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6살 때인 2010년 9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됐습니다.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38살 때인 1980년이 돼서야 공식화했습니다.

김주애는 현재 만 10살로 추정됩니다.

고위급 탈북민 출신인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열병식에서 아버지의 볼을 만지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 전형적인 어린 딸의 행동이 북한 매체를 통해 부각됐다며, 후계구도 차원의 연출이었다면 보다 품위있고 절제된 행동들이 매체를 통해 선전됐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버지 볼을 터치하는 이게 딸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아버지에게 재롱을 부리는 어린 딸의 대표적인 모습이잖아요. 만약에 후계구도라고 하면 그걸 보도하면 그게 역작용을 할 수 있는 부분인 거죠. 아주 어린애잖아요.”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최고지도자의 딸이 군 열병식에 나온 모습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낯선 장면이지만 가부장 문화가 뿌리 깊게 박힌 북한 주민들이 어린 여자아이를 미래의 지도자로 상상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조 소장은 김 위원장이 딸을 내세워 주민들에게 친근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높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독재 권력자로서의 모습보다는 좀 더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그런 제스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게 아닐까 그래서 본 사람들의 반응을 물어보니까 보통 주민들이 그걸 보면서 아빠와 딸의 스킨십 이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라고요.”

반면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실장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사실상 내정된 시점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른 만 8살 때였다며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실장] “1992년 1월8일 김정은이 만8세가 됐을 때 김정은을 찬양하는 ‘발걸음’이라는 노래가 김정은과 김정일 앞에서 공연됐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김정일이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야’라고 소수의 측근들에게 계속 얘기를 했고요.”

정 실장은 “김정일의 비밀주의적 태도 때문에 2008년 뇌혈관계 이상 이후 권력승계를 서두르기 전까지 북한 지도부에서 김정은의 존재를 아는 간부들이 소수에 불과했다”며 “이런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고 조기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녹화중계한 열병식 보도 화면에서 김주애가 열병식장에 도착해 입장하는 동안 군인들 뒤 편에 홀로 서 있는 여성을 김여정으로 추정했습니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그동안 외부사회에서 불거졌던 김여정 후계자설이나 2인자설은 김주애의 부각으로 힘을 잃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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