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북한 여성 인권 실태를 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당국자들이 직접 참여해 탈북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 개선을 북한 문제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전임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탈북 여성들의 호소와 한국 정부 관리의 지지가 어우러진 뉴욕 행사를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67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북한 여성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세계 7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C)은 16일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의 부대 행사로 ‘북한의 회복력 있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한국 외교 관리들이 축사를 전해 전임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축사에서 “주유엔 한국 대사로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다양한 유엔 회의에서 탈북 여성들이 겪은 특별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조명해 왔다”면서 “이는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침해와 유린에 대한 적나라한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준국 대사] “as a Korean Ambassador to the United Nations, I have been doing my part to vigorously advocate for the human rights of people in the DPRK. In doing so, I have shed light on the extraordinary and heartbreaking stories of the female defectors in various UN fora, because they are stark testimony to the DPRK’s systematic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황 대사는 최근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여성·평화·안보(WPS) 관련 공개 토의에서도 북한 여성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노력했다며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과 시급성이 핵 문제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 두 문제는 서로 얽혀있다는 것”입니다.
[황준국 대사] “I would like to highlight that the gravity and urgency of the DPRK’s human rights situation should not be overshadowed by its nuclear issues. In fact, the two issues are intertwined.”
황 대사는 “민생을 희생시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북한처럼 모든 정치적 반대 목소리가 조용한 나라에서만 가능하다”며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는 핵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증언한 탈북 여성 4명의 증언이 이런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영상 축사를 통해 비슷한 입장을 밝히며 여성과 여아 등 북한의 취약 계층이 겪는 인권 문제 제기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사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하고 책임규명을 촉구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감스럽게도 책임규명 측면에서 큰 진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However, unfortunately, there has been no significant progress in terms of accountability, even after 10 years have passed. In particular, pervasive human rights abuses against women and girls in North Korea continued to occur despite North Korea regimes claims of the achieving gender equality”
특히 “북한 정권이 양성평등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여성과 여아에 대해 만연한 인권 침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사는 이 때문에 “북한 여성과 여아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방법을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최근 여성과 여아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탈북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들의 증언은 책임규명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관한 국제인권법률 단체인 ‘쥬빌리캠페인 USA’의 앤 브왈다 대표는 여성 등 주민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잔혹 행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다양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브왈다 대표] “These atrocities continue today. As organizations and as NGOs, we must continue to put pressure on our own governments to put pressure on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n the UN context….We must keep up the pressure.”
브왈다 대표는 비정부기구들이 유엔 차원에서 북한 정부에 개선 압박을 가하도록 미국 등 자국 정부에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유엔의 다양한 메커니즘을 동원해 북한 정부가 실질적인 여성권 보호법을 제정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설득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양강도 등 북한 내 빈곤 지역 출신 탈북 여성 3명과 평양 엘리트 가정 출신 탈북 여성이 북한의 실상을 증언했습니다.
지한나 씨 등 3명은 이틀 전 워싱턴의 의회 건물에서 증언했던 내용을 반복하며 중국 내 탈북 여성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녹취: 지한나 씨] “저희들의 절규가 그저 단순한 호소가 아니라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기를 북한 2천 500만 동포들의 간절한 심정을 담아 부탁드립니다.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 당국의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가 멈춰지고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북한 엘리트 가정 출신으로 뉴욕의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서현 씨는 북한 여성은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강인하고 회복력이 있다”며 “향후 북한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서현 씨] “North Korean women are strong and resilient….North Korean women will be the center of the country's transformation.”
이 씨는 국제사회가 북중러에 세계인권선언의 준수를 요구하고 북중, 북러 국경 지역에 비정치적 난민센터를 세워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을 막고 여성들이 인신매매에 희생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