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에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이란의 사형 집행 건수가 2015년 이래 가장 많았다고 인권 단체들이 밝혔습니다. 독일이 15일부로 모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유럽연합(EU)이 바그너그룹을 제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가 13일 ‘바그너그룹’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EU는 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주권과 독립을 훼손 또는 위협했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진행자) EU가 바그너그룹에 제재를 단행한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두 번째입니다. EU는 지난 2월,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권 위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처음 제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제재 대상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EU가 지금까지 제재를 단행한 개인은 총 1천473명, 단체는 207곳입니다. 제재 대상이 된 이들의 EU 내 자산은 동결되고요. EU 시민과 기업들은 이들과의 거래가 금지됩니다.
진행자) 바그너그룹은 지금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전투를 이끌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 있는 바흐무트시를 장악하기 위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치열한 격전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민간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은 교도소 등지에서 모집한 용병들을 전선에 계속 투입하며 일종의 ‘인해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에 우크라이나 군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참수되는 영상이 유포돼 큰 충격을 던졌는데요. 일각에서는 바그너그룹 소행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해당 동영상의 진위는 확인됐습니까?
기자) 아직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지난 12일, 피해자 신원 파악 등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인권위원장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에도 서한을 보내 국제 사회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동영상 속의 참수 사건 같은 만행은 물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지역을 표적으로 공습을 단행하는 것도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요.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군 점령지에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게 전쟁 범죄 혐의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에 관해 독일과 폴란드 정부가 합의를 봤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네. 독일 국방부가 13일, 미그-29 전투기 5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폴란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내려면 독일 정부의 승인이 필요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은 통일 이전인 동독 시절, 소련제 미그-29기 전투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지난 2004년, 이 가운데 일부를 폴란드에 넘겼습니다. 폴란드 정부가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한 해당 전투기들은 독일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진행자) 미그-29는 어떤 전투기인가요?
기자) 구소련 시절 만들어져 1983년부터 실전 배치된 전투기입니다. 최대 속도가 시속 2천400km인 쌍발 엔진 전투기로, 북한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수출됐고요. 지금도 20여 개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독일 정부가 승인하는 과정에서 어떤 걸림돌 같은 건 없었습니까?
기자) 네. 독일 정부는 폴란드의 요청을 신속히 승인했습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13일 성명에서 폴란드로부터 13일 요청받고 같은 날 승인했다면서, “이는 독일이 기댈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 정부의 이번 조처는 앞서 자국이 개발한 첨단 전차 ‘레오파드2’의 우크라이나 제공에 난색을 보였던 것과는 다릅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첨단 전투기 지원도 요청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피해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이 제작한 F-15, F-16 같은 최신 전투기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확전을 우려해 전투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12일 미국을 직접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회담하고, 전투기와 미사일 등 추가 군사 지원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이란 소식입니다. 지난해 이란의 사형 집행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정부가 지난해 최소한 582건의 사형 집행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이란인권(IHR)’과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사형제폐지연대(ECPM)’는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는데요. 이는 지난 2015년 이래 가장 많은 집행 건수입니다.
진행자) 한 해 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75%나 증가했습니다. 이들 인권 단체는 보고서에서 이란 정부가 사형제도를 권력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위협,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사형된 사람들은 주로 어떤 죄목으로 처형된 거죠?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집행의 거의 절반이 살인 죄목으로 처형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약 관련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경우도 약 40%에 달합니다.
진행자) 이란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많이 발생합니까?
기자) 네. 이란은 전 세계에서 마약 중독률 높은 나라의 하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일 정기적으로 불법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200만 명에 달하고요. 관련 범죄도 많이 발생합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이란에서는 지난 몇 달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씨가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장인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 사흘 만에 돌연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죠. 이후 이란 곳곳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당초 사건 진상 조사 등을 촉구하는 것으로 시작된 시위는 이슬람 정권 축출 요구로 확대됐고요. 이란 당국은 이들을 무력으로 강경 진압했습니다.
진행자)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체포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당국이 지난달 사면하겠다고 발표한 사람만도 2만2천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미 4명은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또 다른 100여 명도 지금 사형 선고 또는 다른 처형의 위험에 처해져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이란에서는 여학생을 겨냥한 독성 물질 공격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2일, 아몰, 이스파한, 타브리즈 등 적어도 14개 도시에서 여학생들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독성 물질 공격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이란 매체와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7일까지 적어도 60개 학교, 1천2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의문의 가스 공격을 받았는데요. 이번 달 이란의 새해 연휴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 이래 곳곳에서 다시 연속적으로 공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몇 달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누가, 어떤 물질로 공격하는 건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어떤 화학 물질을 흡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피해 학생들은 대개 두통, 호흡곤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생과 부모들은 공격에 대한 우려로 등교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독일이 원자력발전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이 북서부에 있는 엠스란트 원전 단지를 포함해 다른 원전 단지 2곳의 가동을 15일 자정을 기해 중단합니다. 이로써 독일은 원자력발전에서 완전하게 손을 떼게 됐습니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은 원전 가동 중단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발전이 여전히 위험한 기술이고 결국에는 독일같이 기술이 발달한 나라라도 그런 위험을 통제하지 못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미 독일은 오래전에 원자력발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었죠?
기자) 네. 지난 2011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큰 사고가 나자 독일 안에서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러자 과거에는 원전 퇴출에 반대했던 당시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데요. 당시 17개가 있었던 원전의 가동을 2022년 말까지 모두 중단한다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법이 정한 원전 가동 중단 시한을 지키지는 못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면서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서 잘못하면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없이 겨울을 나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자 올라프 숄츠 총리가 2023년 봄까지 적정한 가격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남아 있던 원전 3개의 가동을 4월 15일까지 연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원자력 발전이 독일 에너지 생산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했습니까?
기자) 네. 지난 1990년대엔 독일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점유율이 떨어져서 지난해엔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6%를 차지했고요. 이번에 가동이 중단되는 원전 3곳이 지난 1분기 독일 전체 전력 생산에서 5%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은 유럽 내 어느 나라보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44%를 차지했는데요. 독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한 독일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독일 내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 여론조사 기관 포르사연구소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가운데 28%만 원전 가동 중단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독일 빌트지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52%가 원자력발전 중단에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대응하려면 원자력발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3일 전 세계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 수십 명이 숄츠 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는데요. 이들은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내뿜는 발전소의 좋은 대안이라면서, 원자력발전을 퇴출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도 지난해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돕는 데 원자력이 결정적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나 다른 유럽 나라들은 원자력 발전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량으로 탄소를 감축하는 수단으로 더욱 작은 새로운 세대의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영국이나 프랑스, 핀란드 같은 나라는 독일과는 달리 믿을 수 있는 전력, 그리고 극도로 적은 탄소 배출의 원천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사용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