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 핵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또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속에 대북 제재를 위한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5일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에서 주최한 ‘아산 플래넘 2023’ 국제포럼에 참석해 북한이 전례없는 도발을 하고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 노력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 김 대표는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무관하게 지난 16개월 동안 8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지속하는 등 상황이 암울하다고 평가하고, 동맹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양자 또는 3자간 20여 차례 군사훈련을 전개하면서 미한 미한일 방위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곧 있을 미한 정상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결과에 확장억제 의지가 분명히 반영될 것이라고 이미 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북한 도발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속에서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Despite of the fact that we are not getting any cooperation from Beijing of Moscow in the UN contacts…”
성 김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무대에서 어떤 협력도 하고 있지 않지만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의미 있는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지난 16개월 동안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 행위와 관련된 50여 법인과 개인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며 이 같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 김 대표는 북한이 어떤 대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환상을 갖고 있진 않지만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고 외교가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선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등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됐습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가 “미한이 주저 없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을 김정은이나, 누가 됐든 그 후계자에게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며 “이렇게 해야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통해 한국은 독자적인 핵 능력을 갖추길 원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옛 소련과의 냉전 시기 ‘핵 균형’을 고려해 1958년부터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해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1년 7월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Ⅰ)을 맺은 이후 철수에 나서 같은 해 9월 ‘전술핵 철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도 환영사에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녹취: 정몽준 명예이사장] “Since nuclear weapons can be deterred only by nuclear weapons, a Korean version of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better be formulated.”
정 명예이사장은 “핵 무력은 핵 무력으로만 억제될 수 있다"며 "한국판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을 수립해 대북 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상호확증파괴는 선제 핵 공격과 보복 핵 공격으로 양측 모두 공멸할 수 있어 핵 보유국들끼리 전면 핵전쟁을 피하려 한다는 핵무기 전략개념입니다.
정 명예이사장은 북한의 핵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며 “북한의 핵 무장으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무효화됐음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 명예이사장의 이같은 주장은 한국 내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보다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영상 축사에서 한국 내에서 퍼지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햄리 회장은 “확장억제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미국이 한국과 나란히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며 필요시 핵무기 사용으로까지도 그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와 지속해 협력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햄리 회장은 “확장억제에 대한 의문과 한국이 자체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핵탄두를 만드는 건 쉽지만, 거기엔 여러 복잡한 부담이 따르고 핵탄두 보유 자체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햄리 회장] “But you are going to need it if you decide you have to have your own nuclear deterrence. You will need to know what it means to take on this astounding burden of being a nuclear weapon state”
햄리 회장은 “한국이 필요하다면 자체 핵 억지력을 가져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핵 보유국이 된다는 굉장한 부담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부담과 의무에 대해선 미국과 한국이 대화를 통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