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개성공단 인근 주택·건물 170여 개 철거...새 건물 20동 들어서


개성공단 남쪽 마을을 촬영한 위성사진. 개성공단(1번) 남쪽으로 각각 주택 40~50채가 허물어진 지대(2~4번)가 보인다. 또 다른 지대(5번)에는 아파트 형태의 건물이 들어섰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개성공단 남쪽 마을을 촬영한 위성사진. 개성공단(1번) 남쪽으로 각각 주택 40~50채가 허물어진 지대(2~4번)가 보인다. 또 다른 지대(5번)에는 아파트 형태의 건물이 들어섰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북한이 개성공단 인근 마을의 주택과 건물 170여 개를 철거했습니다. 일부 철거지역에선 기존보다 규모가 큰 아파트 형태의 건물들이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는데, 최근 개성공단에서 포착된 활발한 움직임과의 연관성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인근 마을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콘크리트 잔해 더미로 가득한 지대가 보입니다.

지난달 20일 ‘에어버스’가 촬영하고 최근 ‘구글어스’가 공개한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이 지대는 작년까지만 해도 단층으로 된 주택 약 50채가 있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날 건물 대신 콘크리트 잔해로 뒤덮인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이 지대는 개성공단 남단에서 남쪽 직선 방향으로 불과 1km 떨어진 곳으로, 이곳과 맞닿은 도로에선 과거 개성공단 방향으로 향하는 인파와 과거 한국 측이 북한에 제공한 통근용 버스가 포착돼 왔습니다.

개성공단 남쪽 마을의 2021년(위)과 2023년(아래) 비교 모습. 주택이 있던 자리에 2023년 4월 콘크리트 잔해만이 남아있다. 사진=Maxar Technologies(위), Airbus(아래) (via Google Earth)
개성공단 남쪽 마을의 2021년(위)과 2023년(아래) 비교 모습. 주택이 있던 자리에 2023년 4월 콘크리트 잔해만이 남아있다. 사진=Maxar Technologies(위), Airbus(아래) (via Google Earth)

잔해 더미는 인근 다른 지대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200m 떨어진 지점과 남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지점에서도 대규모 철거 흔적이 포착된 것입니다. 이들 지대에는 과거 단층 형태의 주택 각각 40채와 50채가 있었습니다.

또한 개성공단 남쪽 약 2km 지점, 즉 다른 3개 지점에서 남쪽으로 약 0.5~1km 떨어진 곳엔 최근까지만 해도 2~4층짜리 건물 약 50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이중 34동이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건물 20동이 들어섰습니다.

특히 새 건물은 과거보다 규모가 큰 아파트 형태로 지어졌는데, 너비가 넓고 높이도 4층이어서 여러 가구가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존 건물이 허물어진 자리에 새로운 아파트 형태의 건물(사각형 안)이 들어섰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기존 건물이 허물어진 자리에 새로운 아파트 형태의 건물(사각형 안)이 들어섰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종합하면 북한은 개성공단과 맞닿은 마을에 있던 주택과 건물 약 170개를 철거하고 이중 일부 지역에 기존보다 큰 형태의 건물을 지은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건물 옆으로 공사가 계속되고 있어 건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갑작기 이곳에서 대규모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또 일반에 공개된 정보만으론 철거된 건물이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이었는지 혹은 인민군이 머무는 군사시설이었는지, 아니면 인근 기정동 마을처럼 ‘선전용’ 시설인지 등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지역이 개성공단과 붙어있다는 점과 군사분계선에서 서쪽으로 약 3km 떨어진 최남단 마을이라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최근 개성공단에서 관측된 여러 움직임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주목됩니다.

앞서 VOA는 같은 날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해 과거 한국 업체 등이 운영하던 개성공단 내 21곳의 건물과 공터에서 버스와 인파, 자재 등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2020년 북한이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과 그 주변에선 흩어진 잔해가 정리되는 등의 변화가 관측됐으며, 개성 시내에선 한국 버스 16대가 발견됐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 전면 재가동을 위해 준비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는데, 여기에 더해 인근 마을에서까지 변화가 감지되면서 실제 개성공단 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기존 주택이 있던 자리에 이전보다 큰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출입 인력을 더 늘리려는 건 아닌지 주목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내 공장 건물과 각종 장비, 설비에 대한 북한의 무단 사용은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