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유럽평의회, 러시아 전쟁 책임 '피해 등록부' 신설...세계 사형 집행 수 5년 만에 최고


유럽평의회(CoE) 회원국 지도자들이 17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유럽평의회(CoE) 회원국 지도자들이 17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유럽 40여 개 나라 지도자들이 아이슬란드에서 러시아의 전쟁 책임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사형집행 건수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기온이 5년 안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40개가 넘는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아이슬란드에서 회동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7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46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회의는 18일까지 이틀 간 열립니다.

진행자) ‘유럽평의회’라는 게 어떤 기구죠?

기자) 유럽평의회는 민주주의, 인권, 법치 수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기구입니다. 1949년에 창립된, 유럽에서는 가장 오래된 정부 간 기구로 본부는 프랑스에 있고요. 의장국은 돌아가며 맡는데요. 이번 정상회의는 평의회 설립 70여 년 만에 네 번째 열린 것입니다.

진행자) 정상회의가 자주 열리는 게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3차 정상회의가 200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렸으니까, 18년 만에 다시 열린 겁니다.

진행자) 오랜만에 회원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최대 현안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상회의 첫 날인 17일 각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다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각종 피해와 파괴에 러시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위한 새로운 매커니즘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새로운 매커니즘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네.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손실, 인명 피해와 부상 등에 대한 증거를 기록하고 문서화하는 ‘피해등록부’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정상들은 또 러시아가 그동안 수많은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러시아 또는 러시아 점령지로 강제 이주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유럽평의회 회원국이 아닌가요?

기자) 당초 러시아도 회원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는데요. 다음달 유럽평의회가 러시아의 회원국 퇴출 여부를 묻는 표결을 하기 바로 몇 시간 전 자진 탈퇴하면서 현재는 회원국이 아닙니다.

진행자) 첫 날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이번 전쟁을 통해 어떤 위협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커지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평의회가 러시아 점령군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고, 우크라이나에 매일 가하고 있는 막대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재건 측면에서 생각할 때 피해자에게 정의 기록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법적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럽 주요 3국의 하나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피해등록부에 모든 나라가 참여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재건의 틀 안에서 평의회의 개발은행이 우크라이나 정신건강센터 건립을 위한 기금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프랑스 대통령실은 현재 평의회가 개발은행이 어떻게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울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 주요 4개국을 순방했는데요. 유럽평의회 정상회의에도 참석했습니까?

기자) 화상으로 참석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피해등록부 신설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의 없이는 신뢰할 수 있는 평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유럽 지도자들에게 추가 방공시스템과 전투기, 미사일 등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을 둘러싼 공방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미사일 18발, 특히 테러국가가 자랑해온 탄도미사일들이 우리 영공에 왔지만 100% 격추됐다”고 말했습니다. ‘킨잘’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킨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상적인 무기라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런 미사일은 격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모두 격추됐고 우리는 살았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16일 새벽 크이우에 킨잘 6발을 포함해 미사일 18발을 발사했지만 모두 격추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킨잘 미사일로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방공포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주요 매체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패트리엇 시스템 일부가 타격을 입었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패트리엇 시스템이 실제로 손상돼 우크라이나 밖에서 수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분명히 도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앰네스티 '2022년 세계 사형 집행 지도' (자료사진)
국제앰네스티 '2022년 세계 사형 집행 지도'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전 세계 사형집행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16일 ‘2022년 전 세계 연례 사형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사형집행 건수는 전년도인 2021년보다 53% 늘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해 볼까요?

기자) 네. 2021년에는 총 18개 나라에서 579건의 사형이 집행됐는데요. 2022년에는 20개 나라에서 883건이 집행됐습니다. 이는 2017년 이래 최다 집행 건수입니다.

진행자) 어느 나라가 사형집행을 가장 많이 했습니까?

기자) 이란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집행된 사형의 70%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의 사형집행 건수는 2021년 314건에서 2022년에는 57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란 정부는 대중 시위를 억누르기 위해, 단지 시위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집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외에도 사형집행이 크게 늘어난 나라가 있나요?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도 크게 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 65건에서 2022년에는 196건으로 3배나 늘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이란보다 적지만 사형집행 건수가 급증한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는데요. 사우디의 집행 건수는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30년 간 집계한 수치 중 최고 기록입니다. 이집트도 24건의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진행자) 이들 세 나라가 사형집행 건수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들 세 나라의 사형집행 건수는 총 796건으로, 전체 집행 건수의 9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중국과 북한,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사형집행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숫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를 고려하면 실제 전 세계 사형집행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나라가 총 20개국이라고 했는데, 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20개국에 미국, 싱가포르, 쿠웨이트,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이 포함됐는데요. 미국의 경우 2021년 11건에서 2022년에는 18건으로 집행 건수가 늘었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은 지난 1997년 마지막 사형을 집행한 이래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하지만 법률상 사형제도를 완전 폐지한 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사형수들이 존재합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에서 또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일부 국가가 사형제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폐지했습니다. 카자흐스탄, 파푸아뉴기니, 시에라리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폐지했고요. 적도기니와 잠비아는 일반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진행자) 사형제를 부활한 나라도 있습니까?

기자) 네.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 미얀마, 팔레스타인 당국과 싱가포르가 2022년 사형집행을 재개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일부 나라에서는 특히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 선고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의 경우 2022년 내린 사형 선고의 90% 이상이 마약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한 남성이 물이 말라 드러난 호수 바닥을 걷고 있다. (자료사진)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한 남성이 물이 말라 드러난 호수 바닥을 걷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조만간 기록적인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기온이 앞으로 5년 안에 온실가스와 엘니뇨 현상 탓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망했습니다. WMO는 2023년부터 2027년 사이에 적어도 한 해 연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섭씨 1.5도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66%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가 언급한 기록적인 수준은 국제사회가 목표로 삼은 수준을 넘는 것을 말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에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했는데요. 이 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진행자) WMO 전망은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라는 겁니까 아니면 계속 그렇게 된다는 겁니까?

기자) 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보고서 전망이 지구온도 상승 폭이 계속 1.5도 수준을 넘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자주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올해부터 2027년 사이 기온이 지난 2016년에 세웠던 기록을 깰 가능성이 98%라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앞으로 5년이 기록적으로 가장 더운 5년이 될 확률도 98%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5년 안에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WMO는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엘니뇨’ 현상을 들었습니다. 이 엘니뇨는 남미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해류 속에 몇 년에 한 번 이상 난류가 흘러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더운 엘니뇨가 몇 달 안에 발달할 것으로 보면서 “엘니뇨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결합해서 지구기온을 미지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이것은 건강, 식량안보, 물관리, 그리고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여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엘니뇨가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이상기후 현상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과학자들은 엘니뇨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유발하고, 북미에는 따뜻한 날씨, 그리고 남미에는 가뭄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또 이에 따라 아마존에서 심각한 불이 날 위험도 크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기적으로 보면 기온 상승 폭이 언제쯤 목표치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기술회사인 ‘스트라이프 & 버클리 어스(Stripe and Berkeley Earth)’의 기후학자 제케 하우스파더 씨는 AP통신에 2030년대 초중반까지는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