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 조치가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도전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단기적으론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력이 이익이라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23일 VOA에, 미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제재로 한국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라인쉬 석좌] “It is a quandary because I'm sure they'd like they'd like to fill in the gap and expand their market share. Any company would like to do that. At the same time we have a very close relationship with Korea.”
라인쉬 석좌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원할 것이라며, 어느 회사나 다 그렇게 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라인쉬 석좌는 동시에 미국이 한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국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며, 미국 정부는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기업들에게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공백을 채우지 말 것을 요청하고 그들의 조치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지난 21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이 중국에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며, 자국의 주요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했습니다.
마이크론은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 전체 수익 중 10% 가량을 중국 본토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에 대한 중국의 근거 없는 제한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시장 왜곡 해결을 위해 주요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고문을 지낸 클로드 바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는 이번 상황이 큰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바필드 연구원] “I know that I think first the Korean government has tried very hard to line up with the United States. It's also true that that Hynix and other and Samsung and others in Korea do have substantial investments and also exports to China. So it's going to be a dilemma.”
한국이 미국과 일치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또한 하이닉스와 삼성 같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상당한 투자와 수출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겁니다.
바필드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이번 제재를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일부 따라잡으려 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제재 성공 여부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중국 내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지 말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태미 오버비 전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수석 부회장은 VOA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중국내 반도체 공급 공백을 동맹인 한국의 기업들이 메워주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동맹과 협력해 이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한국 기업들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부회장] “I hope that they will be thoughtful and look at their own. What's in the long term best interests for Samsung electronics and same thing for SK Hynix? And while the short term gains of attempting market expansion could be very attractive is that a reliable, predictable, credible market revenue stream. I would argue it is not. I think we have to be realistic and thoughtful about the Chinese market. And the Chinese market is unpredictable. It doesn't operate on free market principles. The communist party directs business activities. And Korea is one of the many countries that has deeply experienced the economic coercion that China can inflict when the communist party decides to do so."
오버비 전 부회장은 시장 확장 시도에 따른 단기적인 이익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시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중국 시장은 자유 시장 원칙에 따라 작동하지 않으며, 공산당이 기업 활동에 간섭한다는 겁니다.
오버비 전 부회장은 “한국은 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중국이 가한 경제적 압박을 심각하게 경험한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 당국의 기업 제재 조치가 언제든 한국 기업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더 클 것이라며, 경제적 관점만 놓고 평가했을 때도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 진보정책연구소(PPI)의 조던 샤피로 혁신경제 프로젝트 국장은 특히 미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시적인 점유율보다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샤피로 국장] “I think what's unique right now is how much market share the United States has in the semiconductor space. So you know basically every semiconductor has some component that is American whether it's in the design whether it's by an American company whether it's the software that goes into it.”
기본적으로 모든 반도체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에 미국 기술이 포함돼 있어 중국보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중요도가 훨씬 크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미국은 중국 시장을 넘어 인도나 베트남. 스리랑카 등 제 3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이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라인쉬 석좌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나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미국의 기대와는 다른 조치를 취한다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국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유예해준 것을 올해 연장할 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라인쉬 석좌] “The US is has some export control tools that they're already using with respect to both companies Samsung and SK Hynix where they've been they've got a waiver for a year but the US Government has to decide what to do about extending that waiver beyond next October. So the US is not without leverage here when it makes a request that puts the Korean companies probably in a in a difficult position between what they'd like to do and what they may need to do.”
미국은 이미 삼성과 SK 하이닉스에 대한 일부 수출 통제 도구를 갖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1년 간 수출통제 조치를 면제 받았지만 올해 10월 이를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기업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다고 라인쉬 석좌는 말했습니다.
기업 활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에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동맹으로서 양국 간 경제 안보 전략에 서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온 한국 윤석열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부회장] “Well I'm sure conversations are ongoing and not just with South Korea with other like-minded countries and like-minded I mean democracies free market economies with leading cutting edge technology that potentially could be at risk in China. And again, not to punish or to harm China but to encourage China to follow international rules. I mean we're a rules based system. Korea, Japan most of the world is a rules based system. We would encourage China to move in that direction as quickly as possible."
오버비 전 부회장은 단지 한국뿐 아니라 같은 생각을 가진 자유 시장경제 국가들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런 논의들은 중국을 처벌하거나 위해를 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따르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